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 Dec 19. 2021

고드름과 목도리

고드름이 핀 겨울이 왔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그 이틀을 위해서 트리를 놓고 전구를 켠다는 게 퍽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 이틀을 위해서, 겨울을 꾹 삼키는 듯한 느낌이랄까.


겨울은 올해와 내년 사이를 같이 한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새해의 겨울을 올해 겨울이라고 생각할까. 작년의 겨울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올해 겨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잘 모르겠다. 아님 올해도 겨울이고, 내년의 겨울도 올해인 걸까. 같은 올해인데 다른 올해인 걸까.


모르겠다.     


고드름이 핀 걸 보았을 때, 퇴근길 머리 위로 핀 눈 전구가 반짝 일 때, 차가운 바람이 불 때 생각하곤 한다. 음, 이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사전적 정의가 있다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겨울을 좋아하진 않지만 따뜻한 국물과 소주는 좋아한다. 실없는 대화, 몇 번의 사는 이야기가 다 인데도 그때만큼은 겨울에도 따뜻함이 있는듯해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도 그랬다. 적당한 온도가 있는 실내 카페,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커피와 디저트보다 

나눈 이야기가, 부축해 준 손이, 둘러준 목도리가, 이만하면 겨울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몇 해 전 겨울은, 바로 작년만 해도 곰팡이가 피어서 죽어가는 나무 같았는데

올해의 겨울은 곰팡이 핀 자리는 떼어내고 새로운 싹이 올라오도록 따뜻한 옷을 입혀준 잔 가지가 정리된 나무가 된 기분이다.     


꼭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겨울이 또 오니까.


괜히 고드름 본 게 좋아서.

목도리가 좋아서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술을 먹어도 된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