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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Dec 04. 2021

노력, 질투, 진심


이번 주는 유독 길게 느껴졌고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릿해져 오는 손목과 손가락 마디가 그래도 열정을 태웠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렇게 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내고 오면, 잠시 잊을 수 있는 취미도 생겼다. 책을 읽고, 에스프레소 어른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는다. 잠시의 휴식이 내일을 버티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준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이번 주는 그 희망으로 버텼다. 오늘을 버티면, 내일을 버티면. 저녁은 행복할 수 있어.

그렇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다. 좋은 언어들, 행복한 언어들을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에 차지 않아 침대 구석에 구겨져 있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 구겨진 자신을 보는 게 슬펐지만, 그럼에도 되새겼다.   

  

할 수 있어. 불확실성을 지우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하나의 갈래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실한 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이 더 낫다고 믿었다.

주문처럼 외웠던 것 같다.     


그래, 어제보단 나아졌다.     


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좀 더 거리를 두고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 계기는 근래에 읽은 그림 에세이 책에서 배웠다. 그 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심을 사적인 영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진심은 진심일 뿐인데, 진심으로 대하면 ‘사적인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했다.     


순간, 나는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확실한 질투였다. 자신은 나처럼 시선을 받지 못한다는 마음에서 비롯한, 아주 교묘하게 상처를 내는 말을 들었다.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가장하여 숨겨야 했던 생각. 털어놓아도 괜찮겠지 했던 상대방의 안일한 태도 같은 것들. 혹은, 나의 어딘가 비뚤어진 진심을 이야기할 때의 태도들.     


진심을 많이 나누면   친밀해지는 관계가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있었다. 물론, 나의 경우 진심을 말하면 가까워지는 성향이라고 보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진심은, 진심일 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은 타인의 대한 섣부른 확신을    있는 아주 좋은 마음의 팁이   같다.    

 

지금까지 감정을 적으면서 가장 낮은 온도로 적어낸 듯하다. 그럼 과연 상대와 내가 밀도 있는 관계라고 느낄 수 있는 기준은 무엇으로 가려내야 할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선명할 수도, 짙을 수도, 옅을 수도 있는 그 농도 아래에 깔려 있는 온도는 과연 어느 정도의 온기가 있을까. 온기가 같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 쩡찌 작가의 『땅콩일기』 아몬드의 하소연 편 중에서     

 

#사진은 편안한 금요일을 보낸 주혜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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