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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Jan 26. 2022

부끄러운 마음

최근 나는 나에 대한 감정을 남겨두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아니, 아주 잠시 놓은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홀연히 ‘나’를 두고 떠난 듯한 감정이 드는 것은 굉장히 묘했다. 텅 비어버린 속은 채워지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 ,  번씩은 발현이 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이 됐다고 생각이 들었을 , 완전히 ‘나만의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것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가리지 않는다. 나만의 것이라 함은, …내가 제일 최고이길 바라는 것이다. 우위에 서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내가 제일 가까운 존재, 그 이상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다른 사람보다도 ‘나’와 마음이 연결된 것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


한 동안 이 마음의 정체를 몰라서 굉장히 속앓이를 했다. 어떤 마음인지 모른 채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또 극단적으로 도망갈까도 생각했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아.

그런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을 제법 종종 말했던 사슴 친구에게 말했더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 마음 자체가 발현되는 것이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문제라는 것이다. 이 마음을 말하면, ‘상대는 떠나겠지?’라는 극단적인 일반화를 해서 문제라고.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구겨버린 휴지처럼, 구겨진 마음은 펴질 줄을 모른다. 좀처럼,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사실 나도 제일 좋아하는 사람, 덜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그 감정을 꼭 숨겨두었다가 아무도 모르는 새에 버리고 싶다.


사실 ‘귀찮네’라며 웃어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너구리는 그렇게 웃어 넘겨줬는데.

그렇게 변함이 없다면 사랑을 덜 보챌 수 있을까.


마음의 중간지대를 만들라던 다른 병원의 선생님의 말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애정의 중간지대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선생님.


저는 눈을 감고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사랑도 있구나, 그런 관계도 있지는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중간이 있기는 한가요?


꼬깃하게 접어버린 휴지를 버리지 못한 채 나왔다.

부끄러운 마음은, 점점 커져서 나를 삼킨다.


#사진은 첫눈 오는 날 주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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