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나에 대한 감정을 남겨두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아니, 아주 잠시 놓은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홀연히 ‘나’를 두고 떠난 듯한 감정이 드는 것은 굉장히 묘했다. 텅 비어버린 속은 채워지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 꼭, 한 번씩은 발현이 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이 됐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완전히 ‘나만의 것’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것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가리지 않는다. 나만의 것이라 함은, …내가 제일 최고이길 바라는 것이다. 우위에 서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내가 제일 가까운 존재, 그 이상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다른 사람보다도 ‘나’와 마음이 연결된 것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
한 동안 이 마음의 정체를 몰라서 굉장히 속앓이를 했다. 어떤 마음인지 모른 채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또 극단적으로 도망갈까도 생각했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아.
그런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을 제법 종종 말했던 사슴 친구에게 말했더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 마음 자체가 발현되는 것이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문제라는 것이다. 이 마음을 말하면, ‘상대는 떠나겠지?’라는 극단적인 일반화를 해서 문제라고.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구겨버린 휴지처럼, 구겨진 마음은 펴질 줄을 모른다. 좀처럼,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사실 나도 제일 좋아하는 사람, 덜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그 감정을 꼭 숨겨두었다가 아무도 모르는 새에 버리고 싶다.
사실 ‘귀찮네’라며 웃어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너구리는 그렇게 웃어 넘겨줬는데.
그렇게 변함이 없다면 사랑을 덜 보챌 수 있을까.
마음의 중간지대를 만들라던 다른 병원의 선생님의 말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애정의 중간지대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선생님.
저는 눈을 감고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사랑도 있구나, 그런 관계도 있지는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중간이 있기는 한가요?
꼬깃하게 접어버린 휴지를 버리지 못한 채 나왔다.
부끄러운 마음은, 점점 커져서 나를 삼킨다.
#사진은 첫눈 오는 날 주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