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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Jan 30. 2022

작게 만드는 마음

연휴의 아침이 밝았다. 제법 긴 5일의 연휴지만 여행을 생각도 안 했던 터라서 부산을 갈 수 없었다. 3월에 가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마 이런 날에 낯선 곳에서 일어난 행복은 꽤 클 거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하다가 마음을 작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발명한 마음은 아니지만, 꽤 유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가 프로에서 나온 이야기를 해본다.  

인기가수 아이유가 유명가수전이라는 프로에 나와서 출연진에게 질문을 하나 했었다.


‘유명해져서 좋은지’에 대해서 묻자 각자의 대한 걱정을 토로했었다. 그런데 다들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디까지가 한계일지’, ‘한계가 왔을 때 내가 얼마나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들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유 본인에게도 패널들이 물었다. 얼마나 무서웠을지에 대하여.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저는 갑자기 인기가 많아졌을 때, 막 너무 좋았던 거보다 무서웠던 때가 있었어요. 혼란스러웠던 것이, 제가 불과 한 두 달 전에 똑같은 프로에 나가게 됐어요. 그때 분명히 저는 구석에 있었고, 말도 못 했었고, 카메라도 저한테 안 왔었는데. 한두 달 사이에 갑자기 제가 센터에 가고, 많은 양의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나는 사실 두 달 동안 달라진 게 없는데 그럼 내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해야 될지. 혼란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애초에 내가 다 만든 게 아니고 운과, 어떤 타이밍이 작용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달라져서 얻어낸 게 아니라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으면, 이게 어느 날 떠나간다고 해도 그렇게 무섭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잃어도 딱히, 이 전으로 돌아가는 것뿐, 나한테 큰 손해가 아닌 것뿐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맞아요, 원래 덤이었으니까. 갖고 태어난 게 아니니까”     


나는 이 대화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가끔씩, 때때로 일상의 변화가 일어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종종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일상의 변화는 또 얼마큼,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나를 감싸곤 했었다.

회사도, 사람의 관계도 모두 그러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걸 갖고 있는 채로 태어난 것도 아니며, 그걸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하게 나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운과 타이밍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떠나간들, 나의 가치는 변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금은 손해인 것 같아서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즐기는 자세가 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가장 이 마음과 근접하게, 초연한 자세를 보여주는 에스프레소 어른을 떠올리곤 한다.


종종, 그에게 어떤 상황에 대하여 ‘그러면 좋을 텐데’라는 내 마음을 말할 때면, 그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은’ 마음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저렇게 초연할 수 있지?’      


그에게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계기 같은 게 있는지는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도 그런 마음에 대해서 한 번쯤은 노력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왠지 안심이 된다.     

 

거저 얻는 마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똑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마음을 써내려 가면서 단련한 마음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음에 슬픈 마음을 넣고 싶지 않다.

그저, 살아가면서 노력하게 만드는 마음이라고. 아주 예쁜 마음 중 하나라고 보고 싶다.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이렇게 그녀의 말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오늘도 생각해 본다.     


 ‘덤이었기 때문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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