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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Feb 06. 2022

무지개는 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 가고 아침이 밝아왔다. 조금은 일어나는  힘들었었다. 술을 먹어서가 아니라  무기력이 나를 짓눌렀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닌  이상함을 이겨내야 했다. 가만히 누워서, 어제를 가만히 떠올렸다.  노력해야 하는 마음을 꺼내어 나를 일으켜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바깥을 나왔을 때 너무 모든 게 시리게 빛나는 듯했다. 적당한 차가움과 따뜻함이 몸을 감쌌을 때 이유 모를 감정이 들었다. 내가 선 곳은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인데,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저 또 왔다 가는, 익숙하게 빛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무엇이 나를 여기다 데려다 놓은 걸까.


풍경을 마음에 차도록 담아내려고 노력하며 생각했다.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게 되고, 마지막은 왜 시릴까. 이 마지막이 끝나면 또 어떤 마음으로 노력을 해야 할까에 대한 것이었다. 그건 아마도 일상으로의 돌아감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이었다. 꼭 오늘의 여행이 사실은 삶의 마지막 페이지쯤에 온 것 같아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순간으로 자리할 예정이라 이곳에 끌리듯 온 느낌이었다. 네가 나를 부른 걸까, 내가 너를 부른 걸까.

어느 쪽이든 당분간은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살아서 보는 풍경이 예쁘기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몸이 파르르 떨리게 만든다. 어쨌든, 받아들여야 했다. 완연한 어딘가의 봄도, 아직 더디게 오는 봄도. 내가 가지 못한 봄에도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허상 같은 그곳에 나는 모든 마음을 두고 왔다. 비어진 마음엔 비틀어진 두려움 하나, 내일을 살아야 한다는 숨 가쁨 하나, 그 자리에 더 큰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열망해야 하는 마음 하나가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또 하나 알 수 있도록.


또 살아야 하는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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