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밤이 가고 아침이 밝아왔다. 조금은 일어나는 게 힘들었었다. 술을 먹어서가 아니라 또 무기력이 나를 짓눌렀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닌 그 이상함을 이겨내야 했다. 가만히 누워서, 어제를 가만히 떠올렸다. 또 노력해야 하는 마음을 꺼내어 나를 일으켜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바깥을 나왔을 때 너무 모든 게 시리게 빛나는 듯했다. 적당한 차가움과 따뜻함이 몸을 감쌌을 때 이유 모를 감정이 들었다. 내가 선 곳은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인데,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저 또 왔다 가는, 익숙하게 빛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무엇이 나를 여기다 데려다 놓은 걸까.
풍경을 마음에 차도록 담아내려고 노력하며 생각했다.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게 되고, 마지막은 왜 시릴까. 이 마지막이 끝나면 또 어떤 마음으로 노력을 해야 할까에 대한 것이었다. 그건 아마도 일상으로의 돌아감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이었다. 꼭 오늘의 여행이 사실은 삶의 마지막 페이지쯤에 온 것 같아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순간으로 자리할 예정이라 이곳에 끌리듯 온 느낌이었다. 네가 나를 부른 걸까, 내가 너를 부른 걸까.
어느 쪽이든 당분간은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살아서 보는 풍경이 예쁘기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몸이 파르르 떨리게 만든다. 어쨌든, 받아들여야 했다. 완연한 어딘가의 봄도, 아직 더디게 오는 봄도. 내가 가지 못한 봄에도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허상 같은 그곳에 나는 모든 마음을 두고 왔다. 비어진 마음엔 비틀어진 두려움 하나, 내일을 살아야 한다는 숨 가쁨 하나, 그 자리에 더 큰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열망해야 하는 마음 하나가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또 하나 알 수 있도록.
또 살아야 하는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