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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Feb 08. 2022

관계, 그 기초에 대하여

마음의 기초

현재 시간 7시 32분. 아주 오랜만에 퇴근 후에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근래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감정을 기록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이제는 조금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현재,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마음을 다시 상기하기 위해서다.     


작년 한 해 동안 겪으면서 많이 느꼈던 뼈아픈 마음 중 하나는 ‘침묵’이다.

상대가 나에게 침묵을 할 때도 있었고, 내가 상대방에게 ‘침묵’을 했었던 기간이 있었다.

침묵을 하는 이유는 ‘많은 말을 하기에는 결론에 다다를 수 없고, 그것이 오히려 독’이라고 느꼈을 때 쓰는 방법이다.      

그래서 상대가 나에게 침묵을 했을 때 두려웠고, 아팠고, 슬펐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침묵했을 때도 그랬다. 두려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아팠다.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침묵을 쓰고자 했었다.  

    

그것이, 상대의 대한 마음을 알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역지사지의 관한 마음이다. 사람들은 나만큼이나 복잡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마음들을 품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지 못했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겠을 때 ‘나는 똑같은 답을 내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닌 것들이 참 많았다.

잘 모르겠을 때, 기다림이 답답할 때 한 번씩 상기하고자 했다.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복잡한 사연을 갖고 있고,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에 대한 답답함을 가지기보다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세 번째는 ‘감정의 언어’에 관한 것이다. 화가 났거나 슬픈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침묵만큼이나 많이 아프게 교훈 얻었던 것 중 하나인데 잊어버린 게 창피할 정도이다. 왜 잊어버린 걸까.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말한다는 것은 나도 아프지만, 동시에 상대방도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할퀴는 자만 아픈 게 아니라, 할큄을 당하는 사람도 아프다는 것. 반대로, 할퀴어야 하는 입장도 고통스럽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는 이별을 무기로 삼는 것은 하지 않기.

나는 꽤 극단적인 성향을 가져서 ‘이것이 아니면 끝’이라는 마음을 가져서 매 번, 어떤 인간관계가 끝나면 모두 단절하곤 했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고, 도망을 가는 입장이 되어 스스로에게 상처를 더 주곤 했던 것 같다. 최악이 아니라면, 함부로 관계에 있어서 마지막을 선언하는 것은 내가 최악이 되는 길이라는 것.

관계의 끝은 마지막까지의 보류의 길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도망치지 않기’이다. 항상 사람들은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을 가장 어려워한다. 나 또한, 그 자리 그대로 가만히 있기를 가장 어려워하고. 그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더 마음을 편안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시키는 것과 똑같다.

사람이든, 관계든, 일이든 감정에 휘둘려 뒤로 물러나는 순간, 다음 한 보는 더 갈 수 없을 수도, 더 물러나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참 마음이 울렁거린다.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기초를 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움으로 다가오는지,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감정을 기록하는 것은 순간을 사랑하기 위함이고, 순간을 사랑할 땐 더 기쁘게, 건강하게 음미하기 위함이다. 순간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늘 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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