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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Feb 12. 2022

마음의 사계절

마음의 사계절     

작년 4월 초 무렵, 마음 병원을 가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이 흘렀다. 일 년 안에 약을 떼는 것이 목표였지만 약이 조금씩 늘어난 상태다. 올해 안에는 병원과 멀리할 수 있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마음의 계절이라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고 생각한다. 춥고, 따뜻함만으로 극단적으로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세밀하게 나누고 빗대어 나를 관찰하고 싶었다. 마음의 사계절을 모두 견뎌내면 마음을 완연하게 극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마음도 엿보인다, 우리가 사계를 지나도 완벽해지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또 한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는 것처럼.     


약간의 압박감을 덜어내기 위한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나는 완벽해지지 못한다. 여전히 실수하고, 어딘가 외로움을 느끼며, 감수성을 느끼는 친구일 거라는 이야기를 적어내려고 한다.     


내가 내 마음에 대한 기쁨을 처음 적어냈을 때가 작년 생일이었다. 그때 느꼈던 마음의 계절을 나는 여름이라고 적어냈지만, 사실 다시 되짚어 보면 봄의 문턱을 밟으며 만끽하던 때라고 생각한다. 벚꽃이 만개할 때 예쁘다고 하는 것처럼, 세상을 느끼는 감정들이 하나하나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시기였다.

그때가 가끔씩 그립긴 하다. 톡, 톡 터지듯 정제되지 않았던 맑았던 감정이 좀 더 많이 살아나는 감정들을 매일 느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마음의 계절은 어떨까. 글쎄, 오락가락하는 장마가 있는 여름 계절은 이제 확실히 지난 것 같다. 시원하게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냐고 물으면, 그것도 고개가 조금은 갸웃하게 만든다. 가을과 봄이 반반 섞인 계절도 있었으면 좋겠다.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는 모양새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마음의 계절을 정하는데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적어도 여름이란 뜨끈한 계절은 지난 건 분명하다.   

  

사실 요즘 좀 지루하다. 나쁜 자세란 다 취하며, 턱도 괴고, 다리도 꼬고 앉아서 조금은 무표정하게 나를 보기도, 지나는 사람도 보고 있다. 여행도 다녀왔지만, 내가 나에게 노력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안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하루쯤 안 행복해도 되고, 방긋 웃는 행복만 행복은 아니니까.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때처럼 톡, 터지는 감정을 많이 느끼고 싶다. 방긋 웃는 행복함을 보여줘서 박수받고 싶기도 하다. 그런 내가 좋아서 잔뜩 어깨가 올라간 나를 느끼고 싶어서 지루하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에 놀라지 않고, 낙엽 주워 추억 하나 새기고, 겨울에는 발자국 남기는 즐거움을 느끼며 다음 봄을 기다렸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끄덕끄덕 할 수 있는 사람이 돼가며 계절을 음미하고 싶다,


#사진은 예쁜 주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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