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웨어 리브랜딩
새벽 2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오래된 작업 파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WARF라는 이름이었다. WARF는 몇 년 전 만들었던 캐주얼 브랜드인데, 지금 다시 보니 묘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직 다 꺼내지 못한 잠재력이 남아있는, 마치 땅속에 묻힌 보석을 다시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생각이 떠올랐다. "이 브랜드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단순히 로고 몇 개 바꾸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 말이다!
브랜드를 리브랜딩하면서 핵심은 간단했다. 하이엔드와 스트릿, 이 둘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둘이 섞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는 단일한 정체성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고급스러움 속에서도 진정성을 원하고, 세련됨 속에서도 날것의 에너지를 원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브랜드라면, 시장 안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이 성공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럭셔리와 스트릿의 만남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루는 인체 드로잉을 공부하다 해부학 서적을 뒤적이던 중 뼈의 구조에 매료되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지탱하는 힘. 가장 단단하면서도 가장 본질적인 것. WARF의 상징성으로 "바로 이거다!" 싶었다. WARF의 W를 뼈 모양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하고, 강하면서도 세련된. 마치 스트릿의 거친 느낌과 하이엔드의 정교함이 만나는 지점을 찾은 것 같았다.브랜드의 키컬러는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본질만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블랙, 화이트, 실버 3가지 색상으로 좁혔다. 마치 빈 캔버스처럼,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채워넣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최근 AI 도구를 접목해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머릿속에만 있던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몇 분 만에 구체적인 비주얼로 나타나는 걸 보고 있으니 마치 마법을 부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단 한번에 내가 원하는 이미지들이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이 로고가 티셔츠에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면 바로 만들어볼 수 있고, "액세서리를 만든다면 프로토타입은 어떤 느낌일까?" 하면 그것도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몇 주씩 걸릴 작업들을 하루 만에 해치우면서 "이 얼마나 좋은 시대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는 작업의 규모보다 디렉팅의 기획과 방향성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브랜딩이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패션 브랜드는 더욱 그렇다.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이 담기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미팅할 때 단순히 개념만 설명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한다. AI와 협업하여 만든 비주얼을 함께 보여주며 "당신의 브랜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체험하게 한다. 그 순간 클라이언트의 눈빛이 달라진다. 추상적인 설명이 아닌 눈앞에 펼쳐진 미래의 장면을 마주했을 때 오는 확신 때문이다.
만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려 한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일지 모른다.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브랜드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그 브랜드가 진정으로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워주고 브랜드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다. WARF처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모든 브랜드에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시켜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당신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