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별, 하나의 우주 | 우주소녀 정규1집 앨범

앨범 브랜딩

by withgrdnrush

K-POP 아이돌의 앨범 브랜딩

K-POP 아이돌 우주소녀의 정규 앨범 브랜딩 의뢰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마침 아이돌 앨범이라는 흥미로운 분야가 눈앞에 놓인 것이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을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보고 싶었다. 설레는 긴장감 속에서, 반드시 그녀들의 음악과 어울리는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겠다는 마음이 굳게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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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본능이 깨어나다

첫 미팅에서 타이틀곡 ‘HAPPY’의 데모를 듣고, 그녀들의 댄스 연습 영상을 보던 순간. 단순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그녀들의 특별함을 담을 수 있는 비주얼을 부탁합니다.” 이 말은 곧 창작 본능을 깨우는 신호였다. 13명의 서로 다른 별들이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모습, 2016년 데뷔 이후 쌓아온 세계관, 그리고 이번 정규 1집이 갖는 상징적 의미까지. 모든 것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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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언어를 해독하기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였다. 나는 인터뷰어가 된 마음가짐으로 그들의 모든 발자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며 "우소", "웆소"라는 애칭부터 각 멤버의 별명, 팬들이 그려내는 이상향까지 파악해 나갔다. 가령 멤버의 별명이나 좋아하는 음식 같은 디테일들이 모두 그래픽 요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덤이 원하는 이상향과 싫어하는 것, 혹여나 있었을 과거의 아쉬움까지 모든 것이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힌트가 된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모든 작업에서 첫 번째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이 앨범은 그녀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정규 1집이니까. 나는 그에 누가 되지 않고 더 정확하게 그녀들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었다. 해외 멤버들까지 고려해 글로벌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비주얼로 국내 정서만이 아닌 보편적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wjsn_design_reference_cut.jpg 애니메이션 타이틀 레퍼런스 이미지들
wjsn_design_logo.jpg 우주소녀 타이틀 로고

애니메이션 타이틀에서 찾아낸 해답

먼저 앨범에 쓰일 아티스트 그래픽 로고를 만들어야 했다. 이것이 시작이자, 잘 만들면 그 무드와 결을 연결지어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우주소녀의 역대 앨범들을 자세히 분석하며 그동안의 결을 깨지 않으면서 내가 제안해야 할 방향을 고민했다.

그녀들의 귀엽고 통통 튀는 상큼한 느낌을 반영할 수 있는 팝한 아이코닉한 느낌. 그리고 타이틀곡 'HAPPY'와도 연결되는 방향. 큰 키워드는 팝아트 코믹스 무드의 컨셉이었다. 그래픽 로고는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에서 느껴질 법한 아기자기함을 담고 싶었다. 란마 1/2이나 세일러문 같은 애니메이션 타이틀의 느낌 말이다.

시안을 진행하며 타이틀과 셋트로 팝아트스러운 그래픽 오브제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우주소녀의 컨셉과 어울리는 오브제를 고민 끝에 스페이스 건을 떠올렸다. 우주소녀가 날리는 사랑과 행복의 스페이스 건! 상상력속에서 등장할 법한 오브제가 팝아트적 무드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로고와 키비주얼, 키컬러톤까지 정해지니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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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하나에 담은 차별화의 비밀

메인 아트웍을 만들었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아이돌 피지컬 앨범은 구성품이 무척 많다. 부클릿, 포토카드, 스티커까지 모든 것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다른 앨범들에서 보지 못한 특별한 요소를 넣을 순 없을까? 'HAPPY MOMENT'에서 연상되는 즐거움과 파티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오브제를 생각하다 풍선을 떠올렸다.

그 당시 앨범 구성품으로는 흔치 않았던 아이템이었다. 'HAPPY MOMENT'가 새겨진 풍선과 행복한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책갈피까지 제안해 함께 수록했다. 앨범의 아트워크는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었다. 큰 방향성은 비슷하되 부클릿에서 그래픽과 아티스트가 결합된 버전과 오롯이 그녀들만 확인할 수 있는 포토북. 팝아트와 포토가 결합된 느낌으로 아트워크가 그녀들을 보조할 수 있는 적절한 비율을 유지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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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각각에게 쏟는 마음

특히나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멤버 수였다. 우주소녀는 13명, 단 한 명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컷의 비율, 배치, 시선의 무게까지 세심하게 조율했다. 팬들에게는 작은 차이도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업에 대한 애정이 애깊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그들의 팬이 되어간다. 어느새 우주소녀의 음악을 들으며 디자인을 이어갔고, 클라이언트가 보여준 존중과 신뢰 덕분에 몰입의 시간은 더욱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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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HAPPY MOMENT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앨범 디자인을 넘어, 아티스트와 팬덤 사이의 감정을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지 고민한 시간이었다. 13명의 서로 다른 별들이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가듯, 나또한 작업을 하며 하나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나에게는 이 작업을 하는 시간들이 진짜 'HAPPY MOMEN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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