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만 남기고 비우다
처음 이 앨범 커버를 봤을 때, 솔직히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곳에는 아티스트의 얼굴도, 세련된 비주얼도, 화려한 아이덴티티도 없었다. “이것이 하이퍼인가?” 그동안 팝 음악 앨범에서 익숙했던 화려하고 디테일한 커버 아트워크와는 거리가 멀었다. 연두색 단색 배경에 단지 BRAT이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앨범커버의 모습은 반항적이고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Charli XCX는 이번 앨범에서 스스로의 얼굴을 지워버렸다. 여성 아티스트라면 반드시 얼굴이 커버에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던 시각적 아이덴티티가 사라졌을 때 오히려 더 큰 존재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 파격적인 선택 뒤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녀는 이 앨범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비용 절약 차원에서 단순한 텍스트만으로 디자인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앨범커버 사진) - 앨범커버에 사용된 폰트는 놀랍게도 디자인시 절대 금기시하는 Arial의 폰트를 사용했다. 우리는 늘 누가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집착하지만 그 집착을 과감히 비틀어버렸다.
결국 이 앨범 커버는 ‘삭제의 전략’이자 ‘비용 절약 전략’을 동시에 실험한 셈이다. 얼굴도 없고 고급스러움도 없으며 친절함도 없다. 얼굴도 없고, 고급스러움도 없으며 친절함도 없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새로운 본질을 드러냈다. 불편함과 낯설음을 도발로 전환했고, 과감한 모험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냈다. 이 단순한 디자인은 단순히 앨범 커버를 넘어 하나의 반사회적 언어처럼 기능했고, 인터넷 밈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일으켜 더 많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 사례는 나에게 큰 교훈을 준다. 브랜드를 만들 때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감추고, 낯설고,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이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될 때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내가 이런 시안을 클라이언트에게 바로 제안했다면, 아마도 그날이 클라이언트와의 마지막 미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BRAT의 사례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이런 실험적 접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를 구할 여유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이런 용기 있는 시도가 때로는 더 과감하고 의미 있는 브랜드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