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가 선택한 게으른 리더십
7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Tiny 창업자 앤드류 윌킨슨은 책 '나는 거인에게 억만장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Never Enough)'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기쁨보다 스트레스가 커져 갔다고 고백한다. 회계 정리, 예산 계획, 행정 업무 등 처음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그의 하루를 집어삼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보드에 자신이 싫어하는 일들을 전부 적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직접 붙잡고 있어서는 회사도 자신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해답은 단순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일화를 보며 나는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떠올렸다. 한 카페 사장님께서는 새벽엔 재료를 준비하고, 낮엔 매장을 운영하며, 밤엔 직접 포토샵과 씨름하며 SNS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결국 피곤이 쌓여 정작 중요한 메뉴 개발과 서비스 품질이 소홀해졌다. 앤드류 윌킨슨의 사례가 말하는 건 명확하다. 모든 걸 혼자 하려는 욕심은 성장을 막는다. 내려놓아야 비로소 중요한 것이 선명해진다. 그래서 나는 그 사장에게도 조언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다년간 브랜딩을 하며 내가 본 성장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핵심과 비핵심을 구분하고, 비핵심은 과감히 위임한다는 것. 성공한 클라이언트들은 “브랜딩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모든 걸 직접 해보려 한다. 앤드류 윌킨슨이 정립한 게으른 리더십(Lazy Leadership)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직접 모든 것을 다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고 위임하는 것.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대표가 포토샵을 배우는 것보다 그 시간에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위임에는 조건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앤드류 윌킨슨은 CEO를 뽑을 때 “내 아이를 맡겨도 될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브랜딩 파트너도 마찬가지다. 결과물이 확실한지, 내 브랜드의 본질을 이해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와 협업한 성공한 클라이언트들은 처음부터 완벽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과정을 믿고 함께 성장하려 했다. 그런 신뢰가 쌓일 때 진짜 브랜딩이 가능하다.
많은 브랜드가 모든 것을 다 하려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로고, 웹사이트, SNS, 패키지, 광고 등등, 하지만 핵심 메시지와 정체성이 명확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반대로 핵심이 흐릿하면 아무리 완벽해도 일관성은 없다.
앤드류 윌킨슨이 보여준 단순한 원칙. 내려놓을 때 성장이 시작된다. 창업자에게도, 브랜드에게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중요한 것에 집중할 때 브랜드는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