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브랜딩 작업기
55도 커피와의 첫 미팅날, 아직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카페55도의 브랜딩 의뢰가 들어왔을 때 이 공간은 막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조경과 인테리어에 일가견이 있는 대표님이 그려내는 비전은 명확했다. "도시와 차단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정원 같은 공간." 그 말을 들은 순간, 이곳에서 사람들이 느껴야 할 감정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브랜딩작업은 로고 디자인에서 시작되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카페이름인 55도가 가진 의미를 물었다. 커피의 맛과 향이 가장 잘 느껴지는 음용 온도가 바로 55도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균형 잡힌 그 순간, 이름 자체가 이미 완벽한 브랜딩 콘셉트를 담고 있었다. "아, 이건 단순한 온도가 아니라 철학이 있구나." 하며 카페 55도의 세 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편안함, 조화, 그리고 균형. 이 세 단어가 카페55도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로고 디자인을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이 공간의 자연스러움을 해치지 않는 일이었다. 심플. 심플. 심플. 우리는 오직 심플함만을 추구했다. FIFTY FIFTH의 영문과 숫자 '55'를 균형 잡힌 비율로 조화롭게 결합해,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로고를 완성했다. 카페55도의 핵심 메시지는 'Nature and Comfy', 자연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런 가치가 로고에 잘 담겼다.
건물이 90% 정도 완성되었을 무렵, 대표님이 물었다. "이 공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브랜딩할 방법이 없을까요?" 나는 현장을 둘러보며 이 공간에서 줄 수 있는 WOW 포인트를 찾았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와!" 하고 감탄할 만한 지점 말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떤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그 욕구를 공간 브랜딩으로 녹여내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건물의 묵직함은 유지하되, 창문 유리에 귀여운 그래픽을 입혀 재치를 더했다. 흥미롭게도 지금 SNS #카페55도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방문객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것을 볼 수 있다.
컬러 선택에도 카페55도의 철학을 담았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답게 자연의 색을 바탕으로 했고, 메인 컬러는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채도 낮은 브라운과 녹색을 선택했다. 예전 같았으면 '메인 컬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이번 작업에선 그 틀을 과감히 놓았다. 전체적인 색채 흐름과 키워드를 기준으로 자유로운 변주를 허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공간의 자연스러움을 더욱 살리는 토대를 마련했다.
많은 사업주가 운영하며 시야가 넓어지고, 사업 역시 발전한다. 카페55도 역시 그러했다. 처음엔 커피와 빵을 주로 판매하는 카페였지만, 1년 사이 브런치 카페로 진화했다. 넓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한 끼를 제대로 해결하고 싶은 고객들의 니즈에 부응한 결과였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떡메모지 같은 작은 브랜딩 아이템도 제안했다. '별것 아니네' 싶겠지만, 고객이 '메모할 것 좀 빌려달라'고 할 때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는 그런 디테일이다. 이런 작은 배려가 쌓여 카페에 대한 호감과 만족을 만든다고 믿는다.
나는 언제나 클라이언트의 성공을 바란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비즈니스가 번영하도록 돕고 싶다. 나 역시 브랜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기에 잘 알고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는 것을.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수정 요청이나 방향이 변경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이 결국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 브랜딩의 핵심은 신뢰의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 카페55도 대표님과 나 사이에 쌓인 믿음이 이번 결과물의 첫 번째 재료였다.
지금 카페55도를 찾는 분들이 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처음 의도했던 대로 사람들이 일상 속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55도, 그 완벽한 온도처럼 브랜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경험을 함께 만들어낸 것 같아 뿌듯하다.브랜딩은 결국, 고객과의 온도를 맞추는 일이 아닐까.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가장 균형 잡힌 55도 그 순간을 찾아가는 여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