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해보자
뮤지션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이름이지만, 그 시작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도널드 글로버(차일디시 감비노의 본명)를 우탱 네임 제너레이터(Wu-Tang Name Generator)라는 이름 생성기 사이트에 자기 이름을 넣었다. 그리고 나온 결과가 바로 Childish Gambino였다. 깊은 전략도 복잡한 회의도 없었다. 그저 우연처럼 던져진 결과가 그의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냈다.
브랜딩을 하다 보면 우리는 때로 지나치게 무거운 의미를 찾으려 한다. 로고 하나, 이름 하나에 거대한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다. 그런데 차일디시 감비노의 사례를 보면서 깨달았다. 때로는 우연과 직감이 계산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널드 글로버라는 이름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었을 독특한 아우라가 차일디시 감비노에는 있다. 유치하면서도 위험한, 순수하면서도 날카로운 이중적 매력이 그의 음악적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클라이언트들과 네이밍 작업을 할 때 자주 마주하는 상황이 있다.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는 이름을 원하는 것이다. 업종도 드러나야 하고, 브랜드 철학도 담겨야 하고, 타겟도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들은 엄청나게 장황하게 설명해대는 네이밍이 되거나 예측 가능하고 평범하다.
차일디시 감비노처럼 예상을 벗어나는 이름이 오히려 더 강한 브랜드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이라는 이름이 컴퓨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이키가 운동화 브랜드임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 의외성이 기억에 남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얼마 전 함께 작업한 카페 브랜드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커피나 원두와 관련된 직접적인 이름을 원했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건 전혀 다른 방향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만들어낸 독특한 분위기와 스토리가 오히려 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었다.
차일디시 감비노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기존의 방식들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물론 전략적 사고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매몰되면 정작 중요한 감정적 연결과 그 브랜드만의 개성이 사라진다. 때로는 우연한 발견이나 순간적 직감이 가장 완벽한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혹시 지금 네이밍 때문에 막혀 있다면, 너무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 그냥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보고, 그 위에 당신의 이야기를 쌓아보라. 그 우연이 결국 브랜드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