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이너는 사라질까

AI시대에 벌어지는 모순된 감성

by withgrdnrush

요즘 미팅에서 느끼는 것

클라이언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재밌는 순간이 있다.

"AI가 모든 걸 대체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하면서도

"그래도 사람 손이 간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요."

라고한다.

그리고 시안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한다.

"혹시... AI로 만드신 건 아니죠?"

묘하지 않은가?

AI 이미지가 하루에도 수백만 장 쏟아지는데, 정작 사람들은 "AI 같지 않은 것"을 원한다.


4년 전엔 마무말 없었다

나는 4년 전부터 AI를 쓰고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큰 화두도 아니었고, 클라이언트한테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다양한 작업 도구 중 하나였을뿐이다. 물론 그동안은 봐오지 못했던 강력한 도구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그걸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거였다.

사실 이건 지금도 똑같다.

그렇다면 AI가 무엇을 바꾸었을까?

예산 때문에 시도도 못 해보던 아이디어들을 이제는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무드보드 10개 만드는 데 하루 꼬박 걸렸는데, 이제는 3시간이면 된다.

컬러 가이드 제안 10가지 같은것들은 프롬프트 한 번이면 쫙 나온다.

효율은 확실히 10배는 올랐다.

그러나

AI가 만든것은 결국 "평균값"이다.

AI는 잘 만들어진 로고들을 학습했다.

그래서 나오는 결과물은

안전하다

무난하다

비슷하다

AI로 로고 10개 뽑으면, 10개가 서로 비슷하다. 그리고 다른 회사가 AI로 만든 것들과도 비슷하다.

왜 그럴까. 같은 걸 학습했으니까.

그런데 나의 브랜드는 평균이면 안 되지 않나?!

브랜드는 차별화라고 그렇게 들어왔는데 말이다.


요즘은 도리어 클라이언트들이 묻는다

"AI로 만든 거 아니죠?" "사람이 직접 만든 거 맞죠?"

처음엔 이상했다. 왜 이런 질문을 하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AI 결과물이 너무 많이 보이다 보니, 오히려 사람 손길이 희소가치가 된 거다.

역설적이다.


작년 여름의 지브리

작년 여름쯤인가. 지브리풍 프로필 사진이 엄청 유행했다.

다들 AI로 만든 지브리풍 이미지를 프로필에 올렸다.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트렌드는 금방 소비되고 사라진다.

13년 동안 브랜드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데, 유행 따라간 브랜드는 유행 지나면 같이 사라진다.

정체성 있는 브랜드는 오래간다.

AI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다.

하지만 정체성은 사람이 만든다.

그럼 디자이너는 어떻게 될까

요즘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AI 시대에 디자이너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근데 4년 동안을 AI와 작업하면서 느낀 건.

AI를 쓸 줄 아는 디자이너는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AI만 쓰는 사람은 차별화하기 어렵다.

클라이언트가 돈 주고 사는 건 "AI가 뽑은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를 이해한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니까.


AI시대가 두려운가

AI 시대, 사실 두렵지 않다.

오히려 AI로 더 빠르게 테스트하고, 더 많이 시도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 같은 견적가라도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더 많은 시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클라이언트 진짜 문제는 사람이 찾는다

브랜드 차별점은 사람이 발견한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AI는 정말 강력한 동반자이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사람이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 도구로 뭘 만들지는 사람이 정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돈 주고 사는 건, AI가 만든 평균값이 아니라 당신이 만든 차별화다.

AI를 적극 사용하되 내가 하는 것에 대한 본질과 목적을 분명히 해야한다.

그게 내가 요즘 생각하는 AI와 함께 살아남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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