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전에 내가 스스로에게 해야할 질문
요즘 상담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비슷한 패턴을 느낀다.
얼마 전에도 한 분이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메일을 주셨다.
자신의 사업의 세 번째 로고 리디자인을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였다.
이전에 만든 로고들을 보여주셨는데, 솔직히 로고만 놓고 보았을때는 나쁜것은 없었다.
미니멀한 산세리프 로고도 있었고, 손글씨 느낌의 감성적인 로고도 있었다.
그런데 이 대표님이 계속 바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번도 아닌 두번도 아닌 세 번이나.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던 걸까. 아니면 디자이너가 문제였던 걸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13년 동안 많은 디자인을 해오면서 이런 케이스를 정말 많이 봤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는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분들은 "예쁜 디자인"을 샀지, "브랜드 전략"을 사지 않았던 것이다.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기준이 포트폴리오의 스타일이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어떤 전략적 사고를 거쳤는지는 묻지 않았다.
오히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브랜드 진단을 위한 답을 하는 것 조차 귀찮아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로고는 예뻤지만, 브랜드와는 맞지 않았다.
타겟 고객이 누군지, 경쟁사와 어떻게 차별화할 건지, 3년 후 브랜드는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질문 없이 만들어진 디자인은 결국 "그냥 예쁜 그림"일 뿐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본질을 담아야 한다.
미드저니, 나노바나나등 온갖 생성형 AI가 멋진 디자인을 10초 만에 만들어낸다.
나도 쓴다. 분명히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AI는 "왜 이런 디자인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프롬프트를 100번 바꿔도, 그건 여전히 시각적 결과물일 뿐이다.
브랜드의 본질, 타겟의 심리, 시장에서의 차별점. 이런 전략적 사고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것이 빠져버린 디자인은 알맹이가 쏙 빠진 껍데기만 남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묻는다. “그래서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무엇인가요?” 대부분 답을 못 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그런데 나는 이시간이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인가 막 만들어 내려고, 당장 내 눈앞에 무언가 나와야 하는게 먼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안을 보고 그제서야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럼 로고를 만들어도 소용없다. 정체성이 불명확한데, 시각적 표현만 만드는 건 순서가 틀린 것이다.
디자인 외주를 실패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의 브랜드에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우리 브랜드는 누구를 위한 건가요?"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나요?"
그 질문들이 정리된 후에 시작되는 작업은 다르다.
나의 브랜드를 명확하게 정리하면 로고를 세 번 바꿀 필요가 없다.
나는 여전히 질문을 먼저 한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의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