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요즘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AI를 사용한다.
그래서 미팅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AI가 다 해주는데, 앞으로 디자인·브랜딩 비용은 더 내려가는 거 아닌가요?”
도구의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과를 만드는 일,
즉 기획과 디렉팅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13년 동안 디렉팅을 하며, AI가 잘하는 영역과 여전히 넘기 어려운 영역을 분명하게 체감한다.
AI는 속도와 패턴 분석에서 압도적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값’에 가장 가까운 디자인을 빠르게 찾아내고,
유행하는 톤을 재현하는 데 능숙하다.
로고 분위기부터 배너 레이아웃까지, 클릭률 높은 조합들을 무한히 제안한다.
시간도 절약된다. 1분 만에 수십 개의 아이디어를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겉보기엔 번쩍거리지만 금세 잊히는 이미지들이 많은 이유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AI는 픽셀과 텍스트를 분석하지만, 사람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을 읽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요청하면 화려함, 금박, 패턴 같은 기존의 ‘정답’을 가져온다.
하지만 현장의 디렉터는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고급스러움이 절제, 여백, 소재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차이는 시장을 오래 겪으며 생기는 감각이다.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서도 뉘앙스는 더 깊다.
표정, 숨겨진 우려, 경쟁사에 대한 불안, 예산 고민 같은 정서는 데이터로는 읽히지 않는다.
디렉터는 이런 감정을 디자인과 서사에 연결한다.
AI 도구는 누구나 멋진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비주얼은 상향 평준화되었고,
이제 브랜드를 결정짓는 건 다른 지점이다.
이미지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서사다.
왜 이 디자인이어야 하는가.
브랜드가 걸어온 맥락은 무엇인가.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이 모든 답은 스토리 설계 안에서 나온다.
결국 디렉터의 역할은 다음을 책임지는 일이다.
패턴화된 결과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맥락과 감정을 읽어내며
브랜드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것
AI가 만든 그럴듯한 이미지보다, 설명하지 않아도 닿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그 설계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