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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May 03. 2022

섬의 소리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휴가를 떠났다 잘 다녀오라는 손짓이 이리 다시 오라 손짓한다 어머니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일생일대의 행운 티켓 앞에서 두고 온 것들은 잊기로 한다 돌아서니 잊힌다 잊지 못할 것 같아 곁에 붙어 있었다 붙어 있는 게 누구나 좋을 리 없다 세상의 모든 섬들이 관리를 받는다 잔소리를 듣고 오지랖을 듣는다 무료한 일상 속이었다 새와 짐승과 바다만 바라보던 섬들이 활기를 찾는다 가끔 얼굴을 찌푸려 예의범절을 지킨다 오랜만에 듣는 잔소리가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내린다 욕 몇 마디 좀 해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섬이 아이처럼 들어 눕는다 밤이면 발을 동동 구른다 어머니의 무릎에 누워 자장가를 듣는다

어머니, 어머니 없으면 밤이 무서워요

어머니는 토닥이는 것의 세계 챔피언 자격증을 내민다 무면허 시술은 없단다 섬이 어머니 품에서 단꿈을 꾼다 꿈속에는 둥근달이 떴다 바다가 규칙적인 호흡을 고른다

어머니, 어머니 밖에는 키워주지 않아요

어머니는 어느새 뒷모습으로 서 있다 어머니를 부른다 눈물이 풀숲에 이슬처럼 맺힌다

저를 키워 주세요

섬이 뒤척이는 밤

크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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