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 Mar 19. 2023

정현우 시인 팬사인회

시인의 팬사인회를 다녀왔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주말이라 북적거렸고, 밖은 시위로 소란스러웠다.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렸다. 두근거렸다. 직접 얼굴을 보는 건 두 번째였다. 나를 먼저 알아봐 주었다.


시처럼 순수한 미소년 같은 모습. 한 분 한 분 정성껏 대화를 나누며 사인을 해주는 모습.


그 모습이 시 같았다.


그의 시집에는 '천사'가 계속 등장한다.


어떤 상징처럼...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의 모습이 시를 닮은 것인지, 시가 그를 닮은 것인지...


시에 대한 조언과 감사의 말들...


시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를 악 물고, 써야 하니까 버텼다.


누가 내게 시를 쓰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뒤돌아 보니, 작년 어느 날, 걷다가 우연히 방향을 바꾼 곳에서 시를 만났다.


뭣도 몰라서 사랑에 빠졌다가, 조금 알고 나자 잘못 들어선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시를 쓰게 되면서 불면증이 생겼다.


자세는 이미 시인이 된 것처럼...


내가 시를 선택한 것인지, 시가 내게 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난 쓰고 싶고... 방법을 몰라 답답할 때가 많고... 다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가 이따금씩 찾아오고...


난 빛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면서 뭐가 좋은지 가끔 웃는다.


시를 배우고 있다고 하자, 그가 내게 시인님이라고 칭하며 사인을 해주었다. 나는 잠깐 활짝 웃었다.


'사'자가 붙는 직업도 아니고... 나는 시인을 꿈꾼다.


시를 쓰는 사람은 이미 시인이라고 했지만, 난 아직 시를 잘 모르고


'시인'이라는 호칭 앞에서 살짝 웃었다가 내 것이 아닌 듯 내려놓는


그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다.


와의 인연 덕분으로 난 조금 더 이 길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의 방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