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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Mar 31. 2016

쓱싹쓱싹, 샤라락 뽕!

세상의 큰글, 온누리에 한글~ 1

 

 “현질 노~ 득템 오예!”

 문사철은 한글박물관에 가는 내내 핸드폰에 다가 알 수 없는 말만 했다. 

 “문사철. 그게 무슨 외계어야?”

 한여울은 문사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발 딴 데 가면 안 돼?"

 문사철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한여울은 ‘짝과 함께하는 박물관 체험보고서’ 수행을 위해 기어코 한글박물관으로 갔다.

 ‘한글 파괴자 겜돌이 문사철, 네 이상한 말버릇을 고쳐주겠어!’

 한여울의 이런 깊은 뜻을 알 리 없는 문사철은 박물관에 들어서면서도 핸드폰만 두드렸다.


 “와, 이런 박물관에도 게임이 다 있네!”

 한글박물관 전시실을 돌던 문사철은 한글 게임을 발견하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갔다. 

 “만렙 찍어야지. 클리어!”

 전시실 게임을 만지다가 시들해진 문사철은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만사가 귀찮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한글박물관 앞 거울못


 “여기 연못 앞에서 인증샷 찍고 어둡기 전에 가자.”

 문사철은 한글박물관과 중앙국립박물관 사이에 있는 거울못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집에 가자고 보챘다.

 “야, 가긴 어딜 가? 체험하다 말고?”

 한여울은 양보하지 않았다.

 “인증샷만 찍고 인터넷에서 베끼자.”

 “안 돼!”

 한여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 한글 공부 많이 했거든! 게다가 한국인이 한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래? 그러면 한글이 처음 만들어질 때 몇 자였어?”

 “아, 아까 한글 게임에선 맞췄는데...”

 “거봐!”

 “한여울, 우리에겐 인터넷 신이 있잖니. 모르는 건 그분이 다 해결해 주는데 뭔 걱정?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빨리 집에 가자!”

 문사철과 한여울은 서로 팽팽히 맞섰다. 


 “으악!”

 그러다가 문사철 발이 삐끗하고 말았다.          

 “내 손 잡아!”

 한여울은 문사철 손을 잡아주었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그때 거울못에서 누군가 뿅 나타났다. 한여울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 누구세요?”

 문사철이 겨우 모기소리만 한 소리로 물었다. 

 “네가 문사철이지? 뭐든지 깜빡깜빡 잘 까먹는... 넌 딱 내 스타일이야!”


 문사철과 한여울은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런 거 관심 없고! 귀, 귀신이면 꺼지고. 괴, 괴물이면...”

 문사철의 목소리가 ‘귀신’이라는 단어에서 갑자기 속삭이는 정도로 작아졌다.  

 “돈워리, 난 기억의 저주에서 고통받는 자들을 도와주러 온 망각자객이야. 음허허허...”

 기분 나쁜 웃음소리, 무섭게 생긴 애꾸눈의 망각자객은 손에 든 무언가를 흔들며, 문사철과 한여울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자자, 이제 나쁜 기억은 지워버려!”

 망각자객은 허공에 대고 막대기를 문질문질 하며 주문을 외웠다. 

 “망각지우개여, 이 아이의 고통을 말끔하게 지워줘요. 쓱싹쓱싹 샤라락 뽕!”

 그러자 방금 거울못으로 떨어질 뻔했던 일이 문사철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림 속 배경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breadykim/220465885117


 “자, 한여울, 이번엔 네 차례야. 이리 온.”

 망각자객이 한여울에게 막 다가설 때, 한여울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싫어요! 문사철, 집에 가자!”

 한여울은 문사철 팔을 확 잡아채고 달렸다.


 ‘치, 기억은 스스로 지워지는 거지. 억지로 지운다고 지워지냐고?’

 한여울은 슬픈 기억이든, 기쁜 기억이든 스스로 지워지는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망각자객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여울, 근데 지금 우리가 본 게 귀신은 아니지?”

 어둑해진 하늘에 달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만화였나? 게임이었나?”

 문사철과 한여울은 망각자객을 피해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라?”

 “뭐지? 왜 같은 곳만 맴도는 거지?”

 문사철과 한여울은 집으로 가지 못했다. 

 “아, 집으로 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아.”

 “한여울, 여기 어디야?”

 문사철과 한여울은 집으로 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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