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어른 입니까?
"당신은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인가요? 좋은 어른에 대해 적어보세요.
브런치 작가되기 4주차 수업을 듣고나서 정말 작가가 된 나는 강사님과의 짧았던 수업이 아쉬워 이후 개설된 에세이 수업을 신청했다. 매주 다양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글을 쓰는데 오늘 글쓰기 수업에서 좋은 어른에 대한 글쓰기 주제를 내주셨다.
좋은 어른이라..좋은 어른은 나도 항상 갈망했던 존재였다.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그자리에 서서 자기 검열을 받아야 할 차례가 되었다.
어렸을 적 나에게 어른은 내가 태어나면서 마주하는 모두가 어른이었다.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모두가 나의 성장에 있어 어른들이었다. 나의 부모님이 그러했고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을 뵈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른들의 말은 맞고 어른 말은 잘 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 생각이 맞지않다고 생각한 건 어린 나에게 보인 어른들의 모습이 옳지 않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부터였다. 부모님의 싸움을 보면서 선생님의 그릇된 지도방식을 보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실망을 했다.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자신의 이익 밖에 모르는 뻔뻔한 정치인을 보면서 나는 어른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어른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구나.
물론 다 그랬던 건 아니었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은 젊고 멋진 선생님께 열광했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나이많은 수학선생님을 좋아했다. 물론 나는 수학을 못했고 수학을 당연히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수학선생님을 좋아했다는 건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수학선생님은 연세도 많으신데 손가락에 색색의 분필을 들고서 어찌나 열정의 수업을 하셨는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행여 누구하나 졸기라도 하면 교실 뒤에서 빗자루를 들고 오셔서 잠을 깨우셨다. 그 대상에 나도 포함이 된다는 건 비밀이다. 수학공식을 칠판에 적으시고는 모두가 칠판을 봐야 된다며 침을 튀겨가며 소리 치셨고 손가락에 끼우신 색색의 분필은 초록색 칠판에 현란하게 그려졌다.
수학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인데 게다가 수업시간 마다 잠도 못자게 하셨는데 이상하게도 수학 선생님이 싫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손자들 보듯이 너희의 미래를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이 나에게 전해진 것일까. 표현은 투박하지만 저 깊은 곳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알 것 같았다.
한번은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선생님께 간식을 드리겠다며 교무실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수학선생님께 드릴 테니 간식을 나눠달라고 했다. 그렇게 선생님을 교무실 밖에서 부르자 수학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오셨다. 나는 선생님의 손바닥에 아이셔 사탕 몇 개를 드렸다. 그당시 유행하던 아이셔는 혀끝에 닿는 순간 눈물을 참아내며 먹어야 되는 사탕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시디신 사탕을 드린 건 도리에 안 맞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수줍어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다른 인기많은 선생님보다 나에게는 참 스승님 같았던 수학선생님께 그렇게라도 나의 마음을 표현한 건 너무 잘한 일이었다.
그랬다. 나에게 좋은 어른이란 이런 분이었다. 자신의 인기보다 정말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셨던 분. 학교에 이런 참 스승님이 많이 계신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정말 밝지 않을까.
요며칠 故전유성님의 장례식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분에 대해 잘 알지못했지만 개그맨 후배들의 슬픔을 통해 그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알게되었다. 코미디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후배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지지해 주셨던 점을 보면서 코미디계의 참 어른을 잃은 그들의 슬픔이 어떨지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며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나를 보며 제대로 배워가고 있을지. 좋은 어른을 마주하며 산다는 건 어느 것 보다 값진 재산을 물려 줄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마음 속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