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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May 08. 2023

어버이날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내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시간은 더 빠르게 가는 것만 같아서, 해가 지날수록 어버이날엔 심란하다.


'평소에 잘해야지' 하면서 지나온 시간 이제는 셀 수 없다. 오늘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앞으로는 효도하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더 보내려는 걸까.


‘부모’라는 지위에 오르는 것은 소꿉놀이에서 역할을 정하는 것 마냥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당장에 있어 나에게 '자식'은 생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몇 년이 지나야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나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포기함에도 아이의 인생에 그보다 더 큰 부분을 내주는 것. 지금 나는 끙끙대며 겨우 ‘나’를 찾는 중인데, 그 과정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전에 부모님께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를 낳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자체로 멋있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노력하고 또 포기한다는 것이, 그 와중에 나는 당신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거울 속 자신보다 나를 더 많이 보는 부모님의 얼굴에 주름살이 느는 게 보여서 괴로웠다.


 엄마, 아빠가 아니라 각자의 이름이 더 많이 불리는 인생을 살았으면 더 좋았겠지 않냐고 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행복했단다. 내가 처음 어버이날 노래를 불렀을 때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던 것 동생이 유치원 행사에서 뽀짝뽀짝 움직이던 것이 아직도 떠오른단다.


분명 우리 때문에 힘들었고 포기한 게 많지만, 무너졌을 때 우리 덕에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순간도 많았다고. 그래서 지금 인생이 후회스럽지 않다고.


그러면서도 당신들이 나이가 들어 혹시나 치매에 걸리거나 큰 질병에 걸리거든 요양병원에 보내고 잊으라고 말한다. 내가 그럴 생각 없다, 나도 내 인생을 부모님을 위해 할애하고 싶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럴 때 내 곁 있으라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낸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나는 아직도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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