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편함에 익숙해진다는 것

by 해안

어떤 불편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어설픈 걸음을 걸으면서야 알았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안하게 살아왔는지를. 내게 당연한 것이, 그래서 남들에게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들이 어떤 이에게는 아닐 수 있음을 알았다.


작년 말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밖을 나갔다. 두꺼운 옷을 걸쳐 입고 모자도 눌러쓴 상태였다. 항상 실내만 돌아다녔던 터라 실외의 바닥은 얼마나 울퉁불퉁한지 몰랐는데, 머리가 달달 떨렸다.

그것에 더해 바깥공기가 어색했던 건, 모두가 자연스레 돌아다니는데 나는 위축된 느낌 때문이었다.

걷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넘어질 위험이 적어지면서 외출을 했을 때에도 그랬다. 신호등 시간이 이렇게 짧았나 싶었다. 빨간 불에도 다 건너지 못한 나를 보며, 그동안 차에 타서 느리게 걷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계단이 정말 많다는 것도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리어프리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부족한 점은 꽤 있었다. 일반인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 생겼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내겐 큰 일이었고, 내겐 익숙해진 것들이 남들에겐 큰 일이었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한 번 바깥에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평범함을 관찰하고 따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함 타인에게 설명하지 않고 이겨내려는 것이 쉽지 않다.

신경통과 이상감각이 대표적이다.

나는 손에 특히나 신경통이 심하다. 어떤 통증이냐 물으면, 평소엔 저리고 좀 더 심해지면 칼에 베이는 느낌이 지속된다고 하고 싶다.

바람만 스쳐도, 물만 닿아도 쓰리고 아프다. 요즘엔 좀 나은데, 초반엔 가족들이 내 손을 잡는 것조차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아는 환자분은 다리에 신경통이 심해 누군가 자신의 발을 건드렸을 때 순간 욕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심한 통증이 내가 어떠한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멋대로라는 점이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또 나는 오른쪽 다리 수술 이후로 오른쪽 하반신 통증이 거의 없다. 아프기보다는 간지러움이 더 잘 느껴진다. 평소엔 이 문제 심각함을 모르겠다가도, 문득 다리에 난 상처들을 발견하거나 샤워를 할 때 뜨거운 물의 온도를 못 느낄 때면 경각심과 함께 불안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전의 온전한 상태를 알고 있기에 내게 생긴 어떠한 증상들도 예민하게 느껴진다. 예전이었다면 지나갔을 내 부족한 모습들조차 확대해서 보게 될 때가 있다.

불편함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함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편안함은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소중구나 여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은 응당 인간관계에서만 쓰일 말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에 서서, 상대적인 편안함의 척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고 쉬이 지나쳤던 타인의 불편함을 돌이켜본다.

keyword
이전 13화엄마,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