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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자 이선경 Mar 23. 2023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다.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
There is only one good, knowledge, and one evil, ignorance.    
소크라테스 (BC470~BC399)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은 사실 소크라테스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이 글귀는 고대 그리스 델포이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말로, ‘너는 신이 아니며 결국 죽을 인간임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시대적 배경을 보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전에서 신의 뜻을 물어보고 대답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신 앞에 겸손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거쳐 후대로 내려오면서 조금 더 고무적이고 유연한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  이것이 진짜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신전의 글귀와 같은 맥락이다. 소크라테스는 신에 비해 자신은 한없이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다른 철학자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신과 비교했고 그 결과 자신을 무지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주변의 철학자들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의 철학을 굳게 믿고 있었고,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사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인간에 대한 철학이 활발해지면서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말한 철학자 프로타고라스의 말이 유행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어쩌면 소크라테스의 이 명언이 당시 주변 철학자들에게 던지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한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은 여전히 크게 대두되고 있다. 몇 년 전 폭풍처럼 등장했던 자존감도 이와 연관된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인데 포털사이트에 자존감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자존감 높이는 법이 나온다. 자존감 높이는 법에 대해서도 수없이 많은 자료가 쏟아지지만, 심리학적인 입장에서는 대다수가 아래와 같은 흐름에 동의한다.


자기인식 -> 자기수용 -> 자기조절 -> 자기표현 -> 자기통합     


즉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첫 단추는 자기 인식이며 이는 자신을 스스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단계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언젠가 이런 질문 형식의 글을 본 적이 있다.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저는 0학년 0반 0번 000입니다.     
Q. 사회적 분류를 제외하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저희 아버지는 00기업 과장이고 저는 그의 아들입니다.     
Q. 누구의 아들이 아닌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저는... 성당에 다니며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도 갑니다.     
Q. 종교를 빼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저는…. 저는…. 나는 누구지?     



오늘날 청소년들은 세상의 지식을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정작 자기 스스로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가슴에 더욱 크게 와닿는 시대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 현상적인 것을 제외하고서도 나(self)를 잘 표현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초적인 질문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간을 내어 아래의 질문들에 대답해보면서 자기 인식감을 높여보자.     


- 당신 삶의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 당신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 당신만의 특성은 무엇입니까?
- 당신은 누구에게 속하십니까?
- 당신의 가면(행동유형, 페르소나)은 무엇입니까?
- 당신은 누구에게 헌신하고 있습니까?
- 당신이 가장 성실할 때는 언제입니까?
-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 당신의 생애 목표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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