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splay Dec 24. 2018

크리스마스엔 편지를 써

올 한 해도 정말 고마웠어. 내년에도 잘 부탁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펜을 들었다. 손편지를 쓰는 일이 크게 줄었지만, 소중한 사람의 생일이나 기념일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나는 아직 편지를 쓴다. 특히 매 연말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는 일은 학창 시절부터 줄곧 해 온 습관이 되었다. 1년을 되돌아보면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아 몇 문장의 카드를 보낸다. 편지라고 하기에는 짧고 메모라기 하기엔 살짝 긴,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 없는 정도의 마음의 글을 담는다.


 카드를 쓰기 전에는 1년 동안 쓴 다이어리를 쭉 훑어본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지난 1년의 일정들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되돌아본다. 뿌듯했던 일도 기뻤던 일도 있지만, 올해는 속상하거나 슬펐던 일,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던 일이 많았던 것만 같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사람, 함께 울고 웃어준 친구를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육림고개의 로컬상점 '춘천일기'의 크리스마스 에디션 엽서, <춘천은 크리스마스도 봄이지>


 올해 카드는 육림고개 '춘천일기'의 크리스마스 에디션 엽서로 골랐다. 유안진 시인의 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의 시구를 착안해 만든 춘천 한정판 엽서다. 봄의 도시, '춘천(春川)'에서 전하는 이 크리스마스 카드가 다른 도시의 그들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편지를 쓰는 동안만큼은 오직 '받는 사람'만을 생각한다. 올해 A는 새로운 시작을 했다. 오랫동안 꿈꿔온 새로운 직장에서 본인이 꿈꾸던 일을 시작했다. B는 결혼을 결심했다. 내년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또 다른 친구 C는 아버지 건강이 갑자기 악화돼 직장과 병원을 오가며 누구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 한 해 우리에게 있었던 가장 큰(혹은 가장 소중한) 이슈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나에게 준 의미에 대해 고맙거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다.

 "올 한 해도 정말 고마웠어. 내년에도 잘 부탁해."


 학생 때 같았으면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밤늦게까지 술 마시며 신세한탄을 했겠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하기 바쁘다 보니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아 졌다. 연말이 아쉽거나 외롭지 않도록, 부디 이 카드가 올해가 가기 전에 그들 곁에 닿았으면 좋겠다.


육림고개의 크리스마스 트리


 빨간 우체통에 카드를 고이 접어 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육림고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올 한 해 그대가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듯이, 나도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었길. 난 녀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친구야, 내가 힘이 되어 줄게.








[TRAVEL TIP] 춘천일기
 춘천 로컬 상점인 '춘천일기'는 춘천에 반해 춘천에 정착한 청년 부부가 춘천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젊은 감각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춘천 한정판 굿즈(엽서, 배지, 에코백 등)를 직접 디자인해 판매하고, 틀에 박힌 여행코스에서 벗어나 최근 핫한 코스들을 발굴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한다. 혹시나 계획 없이 춘천을 방문했다면, 춘천일기에서 나만의 코스를 추천받는 것도 좋겠다. 최근에는 춘천에 애정이 깊은 로컬들과 함께 춘천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월간 잡지로 제작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그야말로 춘천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로컬들과 춘천에 살듯 여행하기를 원하는 여행자들이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 전화번호 033-818-0361 / 인스타그램 @chuncheondiary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나에게 미안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