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에서 예술을 즐기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깜짝 선물, 부르고스에서의 CAB 미술관 관람

by with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기대했던 가치는 자연, 생각, 만남, 걸음, 기도 등이었다. 스페인의 자연, 일상을 벗어나 순례길에서의 생각, 매일매일 새로운 만남,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의미를 느끼며 걷는 걸음, 창조주 하나님과의 대화의 통로인 기도. 이것만으로도 순례길을 걷고자 하는 의미와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데 기대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선물이 부르고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작가인 데비가 원해서 들렀던 부르고스 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CAB(Centro de Arte Caja de Burgos)에서 우리는 창의성이 가득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였다. 예술에 문외한이 나도 예술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푹 빠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CAB (Centro de Arte Caja de Burgos)


CAB는 부르고스 대성당에서 걸어서 7분 정도 거리(350m)에 있는 현대 미술관이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프랑스 길의 출발지인 생장 피에드포트에서 300 여 km를 걷고 부르고스에 도착하면 1박 2일 정도 쉬면서 남은 500 여 km의 순례길을 걷기 위한 컨디션을 조절한다. 부르고스에 머물면서 스페인의 3대 성당 중에 하나인 부르고스 대성당도 들러보고, 스페인의 음식인 타파스나 빠에야를 먹으면서 먹는 즐거움에 빠지기도 하고, 대도시여서 쇼핑을 하기도 한다. 독일 친구인 클로아디아와 영국 친구인 데비와 부르고스에서 1박 2일을 함께 보내기로 했기에, 우리는 부르고스 거리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면서 부르고스 그 자체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데비가 계속 관심을 가지는 한 빌딩이 있었다. 다른 빌딩과는 다르게 예술과 관련된 건물 같다고 하면서 함께 들어가 보기를 제안해서, 우리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건물 로비로 들어갔다.

KakaoTalk_20250206_194249419_12.jpg
KakaoTalk_20250206_194151991.jpg
CAB01.jpg
CAB를 설명하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는 데비!


먼저 들어선 공간은 채도가 낮은 분홍색의 콘셉트로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인 사진집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들어서는 순간 예술의 방으로 빨려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사진작가인 데비를 위한 공간 같았다. 그 공간에서의 데비는 우리가 그동안 순례길에서 함께 걸었던 60대 아줌마의 얼굴이 아니라 사진 전문가로서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진지한 얼굴로 사진집 한 권 한 권을 살펴보는 데비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컸다. 데비는 우리들에게 사진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정말 신나게 설명해 주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예술을 이해하는 즐거움이 두 배 이상이 되는 신나는 경험을 하는 시간이었다.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04.jpg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11.jpg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03.jpg
이 공간에서 데비는 프로 사진작가의 전문성을 맘껏 발휘하였다.



두 번째 공간은 아이들을 위한 예술 공간이었다. 이 공간의 컬러 콘셉트는 흰색이었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그 생각들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 공간에 들어서면 정말 신나게 미술 창작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도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창의적인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예술 창작 활동은 제한된 정답이 없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것이 진실이고, 아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정답인 것이다. 어른들이 만든 정답을 찾기 위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위축시키는 교육은 슬픈 교육이다. 생각을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다양한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하나의 길만 정답이라고 제시하고, 그 길만 찾으라고 하는 경직된 교육은 아이들의 한계 없는 무궁무진한 능력을 소멸시켜 버린다.

나는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된 공간에 오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아이들이 예술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자유로움으로 느끼게 하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할 때 어른들이 생각하지도 못할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아이들은 표현해 낼 것이다. 그것이 교육의 아름다움이고,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커다란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허용하는 교육의 아름다움이 한 아이의 인생의 아름다움으로 연결된다는 소망이 있기에 나는 지금도 교육의 현장에 있는 기쁨이 있다.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17.jpg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15.jpg
흰색 컨셉의 아이들의 예술 공간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23.jpg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22.jpg
KakaoTalk_20250206_194151991_16.jpg
아이들의 상상력이 느껴지는 작품을 보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고 즐거움이다.



세 번째 공간은 예술가들의 어린아이 같은 자유로운 창의성을 느낄 수 있었던 영상 공간이었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이 우리에게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하였고,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이 가득한 영상은 보는 동안 우리에게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웃게 하였다. 우리는 함께 앉아서 영상을 보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하하하 호호호 키득키득'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상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입체적 도구임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글로 표현되어서 때로는 다양한 색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그림으로 표현되어서 입체적인 표현의 필요성이 느껴질 때는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한국 아줌마와 독일 아줌마와 영국아줌마가 다른 언어의 불편함을 뛰어넘어 공통된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기고 누린 시간이었다. 일상을 벗어나서 매일매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던 2024년 5월 어느 날은 전혀 계획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예술의 아름다운 공간에 풍덩 빠져서 맘껏 개구리헤엄을 친 날이었다.

KakaoTalk_20250206_194249419_19.jpg
KakaoTalk_20250206_194249419_18.jpg
KakaoTalk_20250206_194249419_16.jpg



우리는 두세 시간 동안 10대 소녀가 되어 있었다. 한국의 독일의 영국의 10대 소녀가 스페인의 부르고스 미술관에서 만나서, 낯 섬의 두려움보다는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로서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웃었던 시간이었다. CAB 미술관을 떠나서도 우리는 두세 시간 동안 그 감정으로 하늘을 보면서 '하하하' 웃고, 함께 손을 잡고 걸으면서 '히히히' 웃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까르르까르르' 웃었다. 이것이 삶의 행복이 아닐까! 이것이 너와 나의 만남의 행복이 아닐까! 이것이 우리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오늘도 너에게 미소를 짓고 있기에, 나는 존재한다!'

데비.jpg
KakaoTalk_20250206_194249419_13.jpg
영국, 독일, 한국의 10대 소녀들! 몸도 마음도 감성도 10대이다!
브루고스01.jpg
KakaoTalk_20250206_194249419_25.jpg
데비가 찍은 클로아디아와 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과 내가 찍은 데비와 클로아디아가 함께 걷는 모습!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