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에서 기차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 도시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이 되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산티아고 순례길 7개 코스의 종착지인 것은 이 성당에 성 야곱(Saint Jacob)의 유해가 묻혀 있어서 순례자들의 목적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앞 광장은 순례길의 각기 다른 코스로 걸어서 도착한 순례자들의 기쁨의 환호성으로 가득하다. 비록 이번 나의 순례길 여정은 800km의 프랑스길을 다 걷지 못하게 되었지만, 나는 종착지의 감격과 환호성에 동참하고 싶었다! "하나님 나라도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니!"(마태복음 11:12)
프랑스길은 출발지인 생장 피에드포드부터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의 순례길이다. 이번 순례길의 여정은 3주 정도의 시간만 낼 수 있었기에, 생장 피에드포드에서 출발에서 브루고스까지 300여 km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텔라와 유럽의 땅끝 마을이라고 불리는 피스 떼라를 너무나 가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기차표를 구입했다. 숙소에서 기차역(Rosa Manzano) 역까지 5km,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나는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가 아닌가! 브루고스 알베르게에서 기차역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그동안 순례길에서는 10kg의 배낭을 동키 서비스를 이용해서 보냈는데, 500km를 기차를 타고 가게 되었기에 처음으로 10kg의 배낭을 직접 매고 한 시간을 걸어갔다. 한 시간 정도이기에 걸을만했지만, 순례길 전체를 걸을 동안 배낭을 직접 메려고 생각한다면 6~7kg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았다.
기차역까지 한 시간 5km를 걷는 여정도 즐거웠다. 스페인의 도시 중 하나인 부르고스라는 도시를 알아가면서 더 친해지는 기분이었다. 10kg의 배낭을 메고 걷는 것에 대한 염려가 있었는데, 그리 무겁다는 느낌이 없이 씩씩하게 걸을 수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동안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걸을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의 컨디션보다 3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 하루 종일 걸어도 걷는 것을 즐길 수 있는 나이기에 매일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순례길 여정은 나에게는 최고의 행복이었다. 매일매일 엔도르핀과 도파민 호르몬의 왕성한 분출로 몸과 마음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던 것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앞 광장에는 각기 다른 순례길들을 걸어온 순례자들이 있었다. 함께 걸어온 이들과 기쁨의 춤을 추고 있는 순례자들, 서로 포옹을 하면서 기쁨의 감격을 나누고 있는 이들, 광장에 앉아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는 순례자들, 기념사진을 찍으며 순례길 여정의 종착지를 기념하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혼자 왔기에, 함께 감격을 나눌 친구는 없었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감격해하고 있는 순례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순례자들 모두는 어떤 순례길을 어떻게 걸어왔더라도,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며 공유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하늘을 보면서 감격을 하고,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스스로 순례길 여정의 종착지를 기념하고, 광장에 한참 앉아 있으면서 열심히 걸은 자가 누릴 수 있는 쉼과 안식의 시간을 가졌다. 한참 동안 성당의 감격을 누리다가, 100km만 걸어도 산티아고 순례길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가 생각났다. 다 걷지는 못했지만 수료증을 받고 싶다는 기대를 가지고 수료증을 주는 장소를 물어 물어 찾아갔다. 수료증을 주는 장소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수료증을 받기 위한 순례자들의 줄이 엄청 길었다. 사람이 많아도, 기다려야 하는 줄이 길어도 우리 모두는 그 순간이 즐거웠고 서로서로가 너무 반가웠다. 이것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지구 공동체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것이 불편하고, 기다려야 할 길이 너무나 길면 짜증의 감정이 생기고 표현하는 일들이 종종 있고, 언론의 뉴스는 늘 흉흉한 소식들만이 가득하기도 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처럼 눈이 마주치면 응원의 미소를 보내고, 기다리는 길이 길어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부터 먼저 한국에 가서 그런 넉넉한 마음으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수료증을 받지 못했다. 수료증을 발급해 주시는 할머니에게 100km만 걸으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말씀드리니, 할머니는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 100km는 종착지로부터의 최종 100km를 걷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나는 출발지로부터 300km를 걸었기에 수료증을 줄 수 있는 100km를 걸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간이 짧은 순례자들은 출발지인 생장 피에드포드에서 순례길 여정을 시작하지 않고 사리아에서 출발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어서 순례길 수료증을 받는다고 한다. 비록 수료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는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장 피드포드에서부터 걸은 것이 좋았다. 다음에 순례길을 다시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그때는 부르고스에서 걷기 시작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면 프랑스길을 오롯이 다 걸은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청년들은 몇일의 휴일이 주어지면 그 시간만큼 조금씩 조금씩 걸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다고 한다. 나도 다시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날을 소망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고, 언젠가 한국에서 만나고 싶은 청년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순례길의 출발지인 생장 피에드포드에서 만난 지원 씨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만난 은혜 씨이다. 50대 후반의 아줌마가 혼자 순례길을 걷겠다고 용기를 내어 간 그곳에서, 출발지와 종착지에서 만난 지원 씨와 은혜 씨는 나의 외로움을 청년의 순전한 따뜻함으로 감싸준 이들이었다. 지원 씨는 낯선 여정의 시작 지점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그녀만의 아름다운 따뜻함으로 함께 한 친구였고, 은혜 씨는 순례길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약간은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을 함께 어루만져주고 위로해 주는 따뜻함을 지닌 청년이었다. 나에게는 사막에서 오아이스를 만난 것만큼의 복된 만남이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국 청년 같은 이가 앞에서 걷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인사를 나누어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 포르투갈 길을 온전히 걸어서 종착지에 도착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었는데, 은혜 씨는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알고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마음씨 고운 청년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즐거운데, 가성비 좋은 맛난 음식을 먹자고 하니 정말 기쁘고 좋았다. 우리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처럼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걸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종착지에 도착해서 약간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을 때인지라,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한 기분이었다. 혼자 걷는 것보다 둘이 함께 걷는 것의 풍성함이었다.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만난 기쁨이 정말 커서, 우리 둘 다 점심만 먹고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우리는 저녁 식사도 같이 하는 것에 마음이 통했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빠에야를 먹기로 정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숙소에서 잠깐 쉰 후 은혜 씨를 다시 만났는데, 그 사이 은혜 씨는 빠에야를 잘하는 식당을 검색해서 왔다. 먹는 것에 진심이 통하는 우리 둘이었다. 우리는 빠에야를 먹으면서 데이트하듯이 대화를 나누었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밤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함께 사진도 찍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였다. 만난 지 몇 시간밖에 안되었지만, 머나먼 스페인의 아름다운 마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즐겼다.
은혜 씨와 지원 씨는 참 아름다운 한국의 미래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보석이었다. 만나는 이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은혜 씨와 지원 씨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 파릇파릇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은혜 씨와 지원 씨를 만나야겠다. 공간은 한국이지만, 우리들의 공통점인 산티아고 이야기를 밤새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