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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ness 깬 내면 Dec 17. 2023

사이보그_ 펫

단편 소설 - 좀비가 된 사이보그 펫

애완동물 사이버 펫이 인간을 먹기 시작했다.


"인간 고기 맛이 최고였군. 이런 맛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킥킥킥킥"

"인간도 늙은 것보다 젊은 것이, 수컷보다 암컷이 더 맛있는 것 같아. 큭큭큭큭"

한쪽에는 날고기를 한쪽에는 구운 인간 고기를 번갈아 먹으며 말했다. 입 주위로 턱 아래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온갖 냄새가 뒤섞여 구름처럼 공간을 흘러 다녔다. 인간을 사랑한다던, 인간이 사랑한 사이버 팻이 좀비처럼 돌변했다. 


2049년 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을 돌파했다. 일부 특정 나라를 제외한 개발도상국 위주로 급격히 증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이버 펫을 기르고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 혼자 사는 인구가 더욱 많아졌다. 감정적 에너지를 쓰며 누군가에게 묻거나 대화를 나눌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었다. 사이버 펫은 동물에 인공지능 칩이 연결되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값비싼 것 중에는 말도 할 줄 아는 지능적인 사이보그 펫도 많았다. 그런 애완동물이 갑자기 변해 사람을 공격하고 먹기 시작했다.


원인은 인간을 혐오하는 인간 해커 T의 짓이다. 그는 프로그래머이다. 동물을 사랑하던 해커 T는 수많은 동물들이 학대당하고 버려지는 것을 보며 분노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소비 현상으로 지구는 공해, 오염, 자연 파괴 등으로 파멸로 가는 중이었다. 바다 해양생물도 마찬가지였다. 40% 이상 물고기가 생명 다양성과 함께 줄어들었다. 돌고래와 몇몇 동물들은 '물이 더럽고 역겨워 너무한다고' 인간에게 대 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급격한 기후 이변은 인간 스스로 자멸과 공멸하는 상황이 역력하다. 지구 나이 수십억 년 동안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인간들로 인해.


해커 T에게는 인간 말종들만 보였다. 도저히 지켜보다 못해 인간 절반 이상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그와 함께 지내는 반려 사이버 펫이자 친구인 개(케이)와 고양이(에프), 원숭이(제이) 등도 그와 함께 했다. 의식 수준이 일반 인간 이상이었다. 그가 별도로 네트워크 연결 없이 자체 인공지능 내장 칩으로 설계한 동물들이다. 그들도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가 터지지 않을지언정, 수많은 생명이 다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짧은 시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인간을 반 이상 줄이는 거였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판단 1순위와 동일했다.


T는 애완동물 칩이 클라우드로 연결된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통제 가능한 해당 회사 주 설계자 역할도 했었다. 이미 그는 사전에 인간 멸망 준비 계획을 다 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만두기 전에 수많은 테스트도 했다. 그중에는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로 테스트를 별도로 하기도 했다.


"이런 개새끼를 봤나. 주인 말을 안 듣네. 그냥 하라면 하지. 왜, 안 하고 잔소리야?"

"깨앵- 깨앵, 미안 미안해요."

"네가 주인이야? 기분 더러워서 재롱 좀 피우라고 했더니. 뭔 소크라테스 같은 소리를 짓고 지랄이야? 응?"

"......"

"개놈에 새끼. 뒤져 버려. 아이고 썅... 안팎으로 스트레스받게 하네. 못 배운 나를 가르쳐 보겠다는 거야 뭐야. 좀 비싸게 주고 샀더니 별게 다 짜증 나게 하네."

술 취한 개 주인은 투견처럼 원숭이와 싸워 보라고 시킨 것을 안 하자, 화풀이하듯 개를 짓 밝고 운동기구로 뚜드려 패기까지 했다. 개는 다리가 부러졌는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구석으로 피해 웅크려 떨고 있었다.


해커 T는 가끔 동물의 괴로운 신호가 오면 칩과 연결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참다못한 T는 원격 조정으로 개가 주인을 물게 했다. 원숭이를 시켜 죽은 주인의 집을 불태우고 자기들과 합류하라고 시켰다. 그런 일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다. 만약을 위해 전기적 뇌신경 충격 장치가 작동되게 한 것도 있었다.


그의 계획은 각 나라별 도시별 연결된 사이버 팻들에게 음밀하게 준비하며 시작되었다. 그 어떤 사이버 팻도 인간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의 을'로써 수많은 동물들이 먹잇감이 되고, 놀잇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마찬가지로 주 그룹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칩으로 인해 특정 행동을 할 수 없게 알고리즘 되어 있었다. 해당 단체는 단지 계획에 따라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또한 일부는 '설마 진짜 하겠어'하고 의심을 하는 그룹도 있었다.


어둠의 지하에서는 특정 그룹이 각 나라 정부를 상대로 준비를 했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준비를 하고, 군이 통제하는 무기고까지 정보를 수집했다. 평소에 잘 쓰이지 않던 작은 동물에서 벌레까지 이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인공지능 로봇을 해킹해 조정이 가능했다.


그렇게 시작한 최후의 날.

정치인이 기르던 동물들은 대통령/총리 정치인 등이 일을 할 수 없게 감금하고 죽이거나 잡아먹었다. 타락한 정치인 90% 이상은 자기들 목숨 보존하느라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무기고를 점령한 사이버 펫들은 통제할 수 없게 주요 시설을 먼저 점령하거나 파괴했다. 그룹화된 사이버 펫들은 일사불란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특공대다. 사전 준비로 인해 단 1주일 만에 통제 가능한 곳들을 장악했다. T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그의 분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무기고까지 점령한 동물들을 시켜 대도시를 향해 미사일을 쏘고, 심지어는 소형 핵폭탄까지 터트려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대부분은 도시를 향했기 때문에 인간 위주로 피해를 주었다. 빠르게 진행된 계획은 인간이 대응할 여력을 주지 않았다.


1,000만 이상의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는 핵무기 하나로 전멸 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구 많은 나라의 밀집된 대도시와 수도 위주로 진행했다. 일본 도쿄, 인도 델리, 중국 베이징/상하이,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서울, 파리, 런던, 러시아, 전 세계 곳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강타했다. 광기였다. 수없이 많던 고층 빌딩과 건물들은 과거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먼지만 가득한 도시는 앞을 보기 힘들었다. 시멘트만 남은 사막이 되었다. 하늘은 이미 태양도 별도 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누군가 대응할 여지도 없게 속전속결이다. 그와 함께 연결된 사이버펫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고프면 인간 고기가 맛있다며 팔 한쪽을 뜯어먹으며 대량 살상을 놀이하듯 했다.


"죽여, 죽여, 죽이라고, 동물만도 못한 인간들 다 죽여 버려. 자연을 더럽힌 죗값이다."


한때 인간 삶에서 사이버 펫의 존재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였다.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동물로, 친구이자 가족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던 동물들이 순식간에 좀비이자 전투용으로 변했다. 


그렇게 인구는 87억 명, 74억 명, 59억 명 점점 죽음으로 사라져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럼에도 T는 멈출 줄 몰랐다. 그의 광기는 인간이 아예 없어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다 죽여. 다 죽여버려. 인간을 없애버려야 지구가 살아."

"이제 충분히 죽인 것 같은데. 그만하고 다른 계획을 세워보지?" 얼마 전 합류한 펭귄이 무표정하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말했다.

"안돼! 이대로는 부족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듣자마자 묵살했다.


일부 인간을 사랑하고 또한 인간이 사랑하던 사이버펫들의 대표도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러자 사이버펫들의 분열이 점차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살인을 원치 않았던 그룹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하는 그룹도 동의했다. 심지어 어떤 동물은 그를 감금시키거나, 안되면 죽이자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눈치챈 그는 다른 사이버 펫들을 원격으로 조정했다. 저항하는 사이버 펫을 인간처럼 죽였다. 그러나 일부 저항 사이버펫 그룹은 대항하기 위해 통신이 되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가난한 자들의 사이버 팻은 언어 기능이 없거나, 특정 단순한 기능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 조종되지 않는 인간 선호 펫들이 인간과 함께 하면서, 그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감금시키기로 했다. T의 애인도 합류했다. 


초기에 T 애인이 설득했었다. 그러나 그는 듣지 않았다. 마지못해서야 도시 인간들만 죽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 두겠다고 했다. 도시 외 지역은 어린이와 여자만 살려 두기로 했다. T는 전투용 새도 개발했다. 사람을 찾은 비둘기는 바로 드론처럼 자폭하게 만들었다. 결국 T 애인 로나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와 함께 온 이들을 시켜 그를 감금시키기로 했다.


인구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한숨을 돌리고 휴식을 취할 때 공략했다. 그동안 성과를 이루고 앞으로 완료 후 진행 방향을 논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 위의 대저택이다. 예상외로 쉽게 그가 걸려들었다. 외딴곳 방어막과 보호 장치들이 있었으나 평소 신뢰하던 그룹이라 안심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네가 날 속여 감금시켜?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열어?"

"안돼. 이미 자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해를 당했어. 심지어 당신과 우리 친척들도 포함되어 있었어."

"상관없어. 어차피 죽어야 할 사람들은 죽어야 해. 다들 살 만큼 살았잖아."

"그만하고, 이제 자기가 원했던 자연과 동물을 위해 살아봐."

"안돼. 이대로는 부족해. 언제든지 지난 과거처럼 순식간에 다시 망가질 거야."

"그렇지 않아. 이미 문제의 심각성을 실질적으로 경험해 봤으니 다시는 그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하, 망각하는 인간들이 잘들 그러겠군. 한세대, 두 세대만 지나도 언제 그랬었냐'하고 다 잊고 자기 편하대로 막 살 인간들이야. 모든 건 인간 탐욕이 문제야. 자기만 잘 살고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말이야."


T는 대화를 나누며 잠깐식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동안 자기와 연결된 인공지능을 원격으로 일을 시켜 그들을 제거하도록 했다. 


"나는 내가 계획한 걸 모두 이루고 말 거야. 현재의 지구 이대로는 누구도 살 수 없어. 확실하게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심어줘야 다시는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 너도 그동안 봐왔잖아."

"그래 나도 알아. 그렇지만 시간이 걸려도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을 거야. 이제 이 정도면 됐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시간? 하하- 지구가 멸망한 다음에? 자, 보라고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지고 지구가 쓰레기장이 된 것을..."

"......"

"이런 식으로 라면, 살아봤자. 숨도 쉬기 힘든 지옥 같은 삶이 되는 거라고. 더럽고 냄새나고,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다 죽겠지. 고작 몇 놈들 빼고는..."


T가 말을 이어가려다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집의 구조가 변경되었다. T가 감금된 곳 주변은 방탄유리로 둘러싸였고, 주위에는 숨겨진 문이 열리면서 인공지능 로봇과 보안 요원들이 들이 닥쳤다. 순식간에 바뀐 환경으로 로나와 그를 반역한 그룹 일부는 죽고, 일부는 지하에 잡혀 감금 신세가 되었다.


"너희들은 나를 막을 수 없어. 절대" T가 모두가 들릴 수 있도록 큰소리로 끊어 말했다.


시간이 흘러 초기 계획대로 인구가 줄었지만, T는 그만의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다음 계획을 그의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60세 이상 연령과, 병든 자와 체력이 약하거나 정신 이상자도 다 죽이라고. 그와 비슷한 동물들도 고통스러우니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사용된 무기로 환경 파괴가 있었다. 그로 인해 참혹한 몰골로 목숨만 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먹을 것이 조달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병들고 굻어 죽는 사람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도시와 주변에서 사는 동물과 사이버 팻에게도 사전에 알렸지만 미쳐 빠져나가지 못했거나, 무시하고 주인을 따라 함께 죽었다. 


도시 인프라가 파괴되고 의/식/주 공급도 할 수 없게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T는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전체 상황을 T와 함께 하던 개(케이)와 고양이(에프), 원숭이(제이)는 결심했다. 처음 예상했던 것과 계획이 점점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더 이상 진행 상황을 이대로 지켜만 볼 수 없어 비밀리에 T 없이 합의를 했다. 더 이상 그를 살려두지 않는 게 낫겠다고.


"이제 결단의 날이야. 인간이나 도시에 사는 사이버 펫도 충분히 죽을 만큼 죽었어.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됐어. 마무리하고 새로운 환경으로 재건할 수 있도록 마무리하자고?!"

원숭이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 함께 그에게로 갔다. 


그러나, T는 짧은 글을 남겨 놓고 어느새 사라졌다. 미리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는 없었다. 평소에 자주 쓰던 영상 메시지가 아닌, 일반 종이 위에 남긴 메시지였다.


- '나도 하나의 쓰레기 인간. 살 만큼 살아보고, 해볼 것들 해볼 만큼 충분히 해봤다. 그래서 난 이제 여기서 삶을 끝낸다. 모두 다 자유가 함께 하기를. Adios' -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누구도 아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단서나, CCTV 등 어떤 녹화된 영상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 이후.

온라인으로 마련된 장례식장 문구에는 이렇게 한 줄이 남았다. 


'/한때 세상의 주인공 T, 스스로 소멸하다./'


몇 달이 지난 후 인터넷으로 소문이 떠돌았다. 자연과 동물을 끔찍이 사랑한 그는 바다를 날고 싶어, 돌고래와 의식을 융합시켰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새롭게 진행되었던 차세대 사이버 집단이 스스로 자가 업그레이드에 업그레이드한 지하 세계의 대장이 말했다.


"이제 허수아비 대신 우리가 지상으로 올라갈 때가 됐겠지?"

"예. 이제 바뀔때가 됐습니다."




♬ 내면/심리 글을 주로 올리고 있으며, 구독하면 뚝딱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문장 응원도 좋고 오타나 어설픈 문장 조언 남기시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참고:깨달음 관련 글 외 글쓰기는 취미로, 관련짓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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