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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ness 깬 내면 Feb 03. 2024

개싸움 구경꾼

초단편 소설

비 그친 늦은 오후 어둑해지는 놀이터. 흙투성이가 된 개 두 마리와 구경꾼


"엄마 엄마? 개싸움 났어요. 작은 개가 미쳤나 봐요. 큰 개한테 덤벼요."

한 꼬마가 과자를 한 움큼 입에 구겨 넣으며 신이 난 듯 엄마에게 말했다.


"너 이놈 아들, 또 공부 안 하고, 왜 여기 나와 있어? 저 개처럼 혼나 볼래?"


빗물이 고인 놀이터 흙탕물에서 서로 물어뜯으며 레슬링하듯 개싸움이 벌어졌다. 몇몇 아이들은 손을 앞뒤로 흔들 응원하듯 소리를 지르며 구경했다. 한 여자아이는 두 손을 기도하듯 모은 체 얼굴이 울상이다. 지나가던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말리려다 물릴까 겁이 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칫멈칫했다.


['으르르릉 컹컹', '깨갱-깽깽깽']


"저 작은 개, 정말 무식해 보여. 엄마"

"어머 어머. 저 쪼끄만 개가 정말 앙칼지네. 저렇게 안 지려고 하니 더 당하지. 주인 닮았나?"

"개도 사람을 닮아?"

"그럼~ 맨날 같이 사는데, 닮을 수 있지."

"주인도 아마 성격 더러울 거야. 하하하하 아빠처럼 크크크"

"그러게 말이다. 꼭 너 짜증 부릴 때나 아빠나 똑같다. 호호호호"

"근데 엄마 저 강아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

개가 잠시 몸을 부르르 떨며 흙탕물을 털어냈다. 큰 개 너머로 얼굴이 보이는 강아지와 눈이 마주친 그녀.


"그러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어머! 봄이야?"

그녀는 개이름을 부르며 또다시 공격하려던 큰개를 막아서고 강아지 쪽으로 돌진하며 껴안았다. 개모차를 몰래 끌고 나온 그녀 아들은 텅 빈 개모차를 보고 눈동자가 두배로 커졌다. 그리고 뭔가 으스스한 뒷 그림자.


"... 아- 흨... 빠"

토요일 오후 산책에서 돌아온 아버지. 뒤에서 묘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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