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ness 깬 내면 Dec 04. 2023

감정 상점

단편 소설

"어떤 감정을 팔고, 어떤 감정을 사시겠습니까?"

"저는 희망을 팔고, 후회를 사겠습니다."

"그러시겠습니까? 조금 의외네요. 보통 대부분은 부정적인 감정을 팔고 긍정적인 감성을 사니까요?"


감정 상점에서 한 외계인이 인간의 감정을 경험해 보기 위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저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한번 사고 나서 오랫동안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다른 길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희망을 팔고 싶은 이유는 희망은 가져봐야 원하는 대로 안되면 실망하게 되고, 희망처럼 안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된다 해도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순간의 기쁨이 있을지언정 그 순간이 지나면 거품 꺼지듯 허무해집니다.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대개의 희망은 그렇게 끝나고 또 다른 희망을 꿈꾸게 되는데,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거나

불안하기도 합니다. 전 그런 기분이 싫어요. 마치 희망 뒤에 숨은 절망이 나타날 것 같고, 때로는 불안 같은 것도 함께 있는 것 같아요."

"그러시군요. 그럼, 후회를 살려고 하시는 이유는 무엇이신가요?" 

"후회를 사는 이유는 후회할만한 일이 있다면, 지나간 일로 괴로워하기보다는 후회했던 일을 되새겨

반성하고 상기시켜서 다시는 같은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아, 그렇군요. 이해 갑니다." 상점 주인은 이미 경험을 조금 해본 것처럼 맞장구치듯 말했다.


외계인 T3b는 감정을 물물 교환하듯 싼 값으로 팔고, 비싼 값으로 샀다. 가짜 인간 아바타로 지구로 여행겸 일을 가기 위한 기본 교육이다. 교육을 통과해야 갈 수 있었다. 너무 비싼 값으로 모자란 비용을 채우기 위해 이전 감정을 팔고 새 감정을 사기도 한다. 부유한 상류층 종족은 여러 감정을 다 소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감정만 소유하고 있다. 가끔 미친 외계인은 부정적인 감정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미쳐버릴 수 있어 가끔 정신 상태 점검을 받고 통과하지 못하면 강제로 수거하기도 한다. 

 

간혹 모든 감정을 소유하고 있는 외계인은 자기가 인간인 줄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도 경리를 하거나 감정을 모두 몰 수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감정을 일으키는 일부 생각을 강제로 끊는 경우도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전기 충격을 주어 멈추게 하는 장치이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난동을 피우거나 행성 일부를 폭발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가 변하면서 대부분은 가상현실에서 체험하기도 했다. 그 외 실제 상황에서는 감정의 농도를 줄여서 경험을 주로 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 * *


외계인 T3b는 '감정 후회'를 구매 후 점검을 받을 겸 서비스 상담도 일찍 예약해 놓았다. 


"어떠세요? 새로운 감정에 적응이 좀 되셨나요?"

"예, 후회할 일을 더 이상 만들지 않으니, 좋습니다. 아니, 사실은 지난 일을 가지고 후회 자체를 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음,... 우선 한번 실수한 후회할 만한 짓을 안 하게 되기도 하지만, 지난 일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되니까 후회하는 시간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난 일이니까요. 그 자체로써 실패 경험을 한 것 같다고나 할까... 썩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나면, 하고 싶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나름 괜찮은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 후회를 하셨나요?"

"지구인들이 흔히 좋아하는 감정 중에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감정적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동물이 죽는 바람에 얼마나 슬펐는지, 이제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과 예전에 함께 지냈던 생각으로 감정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예, 이성적인 판단을 높여, 모든 생물은 죽을 수 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보면서 받아들이니까 감정이 약해졌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래도 여전히 감정이 남아 있어, 친한 종족이라든지 가족이라면 조절이 안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번 해보고 싶다던 특수 체험을 여전히 해보고 싶습니까?"

"아, 하하... 아니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모든 감정은 내려놓고 그런 기억의 감성 정도만 남긴 체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외계인 T3b는 알고 있었다.

특수한 경우는 특별한 체험을 짧게 하거나, 고문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마치 인간이 모든 희망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사는 경험이다. 지독한 외로움과 허무함과 두려움으로 반은 미쳐 버린 체 죽지도 못하면서 지옥같은 괴로운 마음 세상이라는 체험.



♬ 내면/심리 글을 주로 올리고 있으며, 구독하면 뚝딱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문장 응원도 좋고 오타나 어설픈 문장 조언 댓글 남기시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참고: 깨달음 관련 글 외 글쓰기는 취미로 관련짓지 않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지의 ★별 #그리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