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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ness 깬 내면 Nov 30. 2023

미지의 ★별 #그리움

☆ 단편 소설 ☆


지구에 오기 전 일이다.


"너는 다음 놀이 뭘로 할 거야?" 내가 물었다.

"응, 나는 제약이 많다고 하는 지구별을 한번 가보려고 해. 기억 싹 다 지우고" 

그는 우주 먼 곳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지금은 꿈처럼 기억에만 남은 대화다. 아니, 꿈이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평상시 꾸는 꿈과 기억은 전혀 다르듯이. 그 추억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삶이었음을 경험처럼 남아 있다.

그 별은 상상이 현실로 되는 세상이다. 상상할 수 있는 세계를 서로 만들어 누리고, 다른 종족이 만든 세계가 싫으면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게도 할 수 있다. 마음에 들면 자기 세계에서 보이게 공유할 수도 있다. 무한 상상 세계 행성. 그 별은 지구처럼 잘못되거나 몸이 병이 날 걱정은 전혀 할 일이 아니었다. 아니, 그런 걱정이란 단어를 쓸 일이 별로 없다. 


원자 구조를 조립하듯 세상을 만들고, 유전자 조작도 상상으로 가능했기 때문에 몸이 아플 일이 없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고, 살이 찌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해보고 싫으면 바꿀 수 있다. 몸은 단지 누군가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며, 의식을 담고 경험하는 용도 정도였다. 아파도 참을만하면 해볼 때까지 의식으로 경험해 보고 원상 복구 시키기도 했다. 오직 그 별에서만 가능했다. 상상력이 부족하면, 다른 종족의 아이디어를 따라서 하거나, 다른 별을 TV 보듯 관찰하고 응용해서 만들기를 자유자재로 해볼 수 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상상으로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세계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친구가 말한 그곳 지구별. 강한 호기심은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켜 끌려갔다. 그렇게 시작한 머나먼 지구별 생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일부 기억만 남기고 지웠다. 나머지는 이곳으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복구된다. 그리고 지구에서는 3개월 차 임산부 아기의 인간 본능과 함께 사람으로 태어났다. 지구 인간 아기로 의식 점프다. 동물도 고려해 보았지만, 의식과 적당히 할 수 있는 생각이 필요할 것 같아 인간을 선택했다. 일부 기억은 잠재의식에 남겨 13년 후부터 점차 봉인이 풀리게 했다. 그렇게 13살까지는 아무것도 모른 체 지구 생활에 적응하느라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하고, 학교에서 알려 주는 대로 배웠다. 터무니없는 것들인 것 같은데, 아는 것이 없으니 무조건 스펀지 물 흡수하듯 익혔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저렇게 서로를 욕하고 심지어 죽이면서까지 살면서, 나 보고는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등, 전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지구의 부자연스럽고 고통스러운 날들은 잠재된 봉인이 풀리면서 사는 게 괴로웠다. 꿈같은 그곳이 막연한 그리움으로 나날이 짙어져 갔다. '꿈이 아닐 거야' 점점 생생해지는 일부 기억은 더욱더 간절하게 만들었다. 그 또한 꿈결처럼 남아 있어 영화가 잠결 속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다. '잠재된 봉인이라니... 하하하' 혼란스러움에도 힘든 삶 때문인지 꿈이 아닐 거라는 희망을 함께 품었다.


상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곳. 상상의 세상을 현실로 만들고 자유롭게 즐기며 살던 곳. 그곳을 버리고 호기심으로 인해 온 이곳 지구 별. 너무나 답답하고 괴롭다. '정말 꿈처럼 내가 이곳을 선택해서 고생하러 왔단 말인가...' 사실이라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이곳 지구는 뭘 해도 어렵고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죽도록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정글에서 사는 동물이나. 도시에서 사는 인간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쓸데없는 생각과 감정이 괴롭히는 걸로 봐서는 동물보다 더 괴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 몸뚱이까지 먹여 살리고 건강까지 지켜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수없이 많다. 그 마저도 늙음과 질병, 그리고 알 수 없는 죽음은 삶을 불안과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정신을 괴롭혔다. '왜, 이렇게 어쩔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스스로 추가해 괴롭힌단 말인가?' 어른이 된 후에는 사람도 점점 무서워졌다. 모두가 돈에 미쳐 가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순수함은 모두 사라졌다. 서로의 이득을 위해 이기심과 열등감은 서로 싸우며 다치게 한다. 악한 탐욕의 감정은 스스로 병까지 만들어 동물보다 못한 집단이 되어간다.


그곳과 이곳의 삶은 너무도 다르다. 그 별 이름은 그리움. 어느 날 꿈속에서 그림자가 말해준 별 이름. 하필 여기서 사용하는 단어 발음과 똑같다. 뜻은 다르지만 그리움 별을 생각할 때마다 그리움으로 목이 메어온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답답해지는 마음은 텅 빈 우주로 몸을 내 던져 버리고 싶다.


그때 내 친구는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 지구라는 곳을 알려 주었다. 왜 하필 여기 지구였을까,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기억을 지우고 온다던 그 친구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정말 이게 현실이고 이전 삶은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수없이 오간다. 그러나 여전히 아니기만을 바랬다.


그는 나를 만들었다. 창조주다. 나는 또 다른 나를 세포 분열하듯 만들었다. 우리는 똑같은 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할당된 원자 개수로 한 명 이상은 만들 수 없다. 내 분신 외에는 내 세계에 한계 없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공유한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좋으면 똑같은 모형을 복사 공유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무 걱정이나 지장이 없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마치 그림자가 섞여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듯이 서로의 세상은 각자의 세상이자 공동이 될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언제든 때가 되었다고 느끼면 편안하고 자유롭게 소멸할 수 있다. 실컷 다 해봤으니, 그다음 세계는 분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만든 분신이 그립다. 나와 똑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험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 성향은 바뀌었다. 내 분신은 내 분신대로 다른 매력이 있다. 때로는 여성스럽고 때로는 어른스럽고, 나와 다른 경험을 한 분신은 더 이상 내 분신이라 할 수 없다. 그는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유일한 그냥 그일 뿐이다. 지금은 친구로 지낸다.


여전히, 이렇게 말하면서도 꿈인지 전생인지 다른 세상인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자동으로 일어나는 생각까지 겹치고 인간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끼면서 불안한 미래의 상상까지 하게 되니 더욱 혼란스럽다. '아마 사실이 아닐 거야'라는 생각과 '그곳이 사실이어야 해'라는 생각이 자주 충돌했다. 기억 저편의 세상은 꿈일지라도 완벽한 곳이었다. 괴로움도, 불안도, 근심 걱정도 없는 세상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라는 생각 대신 상상이라는 세상 창조를 할 수 있는 별. 괴로움이나 미래 걱정보다 해보고 싶은 세상을 창조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 그 별은 판타지 세상 같지만 분병해 보이는 현실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고해진다. 꿈이 아니었음을


그러나, 이곳 지구는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아무리 상상하고 실천해도 할 수 없는 제약들로 인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저 상상으로만 하면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상상으로 대부분 끝나는 곳. 뭔가 죽으라고 해야 기껏 해야 남들이 하는 것을 조금 따라 하거나 바꿀 수 있는 정도의 곳 지구. 이곳의 현실은 지구라는 공간 속 의식이 몸에 갇혀 사는 감옥 같다.


갑자기 그곳이 미치게 너무나 그립다. 손만 뻗으면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떻게라도 가고 싶다. 뭔가 알 것 같은데, 아니 알고 있는데 떠오르지 않는 그 무엇 같다.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건데 갑자기 꽉 막혀 멈추어버린 머리통 같다. 이곳을 알려준 친구가 가끔씩 선명하게 꿈에서 나타난다. 흑백 같았던 꿈이 현실처럼 칼라 세상으로 바뀌어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된 상황으로 순간 그가 미웠지만, 나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그 어머니 같은 친구가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다. 때로는 성을 바꿔가며 살기도 하고, 때로는 동성 친구로 살기도 하고, 상상 세계에서 현실로 함께 창조해 만들면서 함께 누리던 다정한 친구. 그 친구가 어느 날 꿈의 틈에서 나타났다. 어설픈 홀로그램이 점점 현실보다 더 또렷한 칼라 세상으로 변하면서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옛날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를 보는 순간 소리 없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와 그가 대화하는 모습을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이다. 서로 다정한 모습으로 뭔가 의논을 하고 있다.


"기억 일부를 삭제하고 갈까 아니면, 전부 삭제하고 갈까 고민 중이야"

"나도 한번 해볼까?"

"해보고 싶으면, 처음이니까, 기억 일부는 꼭 남겨 놓고 가봐."

"조금만?"

"응. 그리고, 조심할 거는 네가 그대로 가면 귀신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지구 누군가의 몸이나 동물의 새끼로 태어나는 거야. 그래야 완전히 그곳의 삶을 경험하며 살 수가 있어. 그래야 더욱 흥미진진하거든. 그리고, 잘못하면 죽을 때 소멸될 수 있으니까. 의식을 이곳으로 점프시키는 방법도 있지. 나야 뭐, 살아볼 만큼 살면서 해볼만큼 다 해봤으니. 이제 소멸해도 상관없거든."

"그럼,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못 보거나, 떨어져 살아야 되는 거야?"

"아쉽지만, 이제 떨어져 살아 보는 경험도 해보는 거지. 와- 하 하, 많이 보고 싶고 그립겠는 걸"

"......"

"잠깐이라도 정 보고 싶다면,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봉인으로 만들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말고."

"봉인? 그게 뭔데? 잠깐만, 잠깐만 어디가? 기다려봐..."

그가 말없이 미소 지으며 흐려지고, 순간 놀랜 난 잠에서 깨 벌떡 일어났다. 대답 없이 사라진 친구가 원망스럽다. 중요한 질문에 대답도 없이 가다니... 비록 꿈이었지만 뭔가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 별나라 종족은 의식 점프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외계 문명에서 다른 문명으로 선택을 하고 첨단 기계에서 상상을 하면 끝이다. UFO 같은 비행접시는 수억 년 전 일이다. 혼란스럽지만 점점 꿈이 기억으로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짙어지는 마음은 그곳의 상상과 달리, 이곳의 인간처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꿈과 생각의 일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미친놈 취급받을 것 같았다. 소설 같은 내용이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지금 이런 생각과 기억이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의 생각인 건지. 아니면, 의식을 점프해서 온 다른 행성의 외계 의식인지. 또는 융합으로 합체된 하나의 의식인지.



마음에 맞는 친구 하나가 뒤늦게 생겼다. 소울 메이트라고 할 만큼 생각과 감성이 잘 맞았다. 가끔 꿈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나와 비슷한 상상을 하듯 이야기를 온라인에 남기곤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대부분 그  친구 이야기를 보기만 했다. 그러다 내 이야기도 그가 볼 수 있도록 조금씩 남기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면 그가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와 기쁜 이야기가 섞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남긴 채 자살을 했다. 


 * *


그 친구가 블로그에 남긴 하나의 '시'이다.


나 이제 돌아간다네.

나 이제 떠나간다네

내가 그리던 그곳

내가 있던 그곳


그곳은 꿈같았던 내 별

그리운 내 고향 별 

이제 갈 수 있다네

내가 살던 곳


아무 고통도 괴로움도 없는 곳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네

나 이제 알았다네

그곳은 꿈나라가 아니라네


난 이제 간다네

그리운 내 별나라로

자유와 평화가 있는 별

끝없는 상상이 이루어지는 곳


 * *


시를 읽는 나는 꿈결 같았던 이미지가 사실로 느껴졌다. 내 안에 있는 꿈같은 기억과 같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은 어디서 읽은 소설이나 영화를 본 것을 꿈에서 만든 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해보기도 했다. 또는 어쩌면 두 인격이 서로 다른 잠재 정보로 충돌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하나의 공통된 마음은 '가고 싶다 그립다'이다. 그곳이


'혹시 죽으면 이제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지겹다 정말 이곳' 한 생각이 떠오르고 고민했다. '지금 바로 해볼까? 아니면 지구인처럼 때가 되기를 기다려야 하나... 남들이 때가 되면 죽듯이 나도 죽게 되겠지.'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에 지쳐 작은 알약 하나를 입에 넣고 삼켰다. 그곳을 상상하며 미소를 머금고 잠들었다. 혹시나 꿈에 친구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데, 잠시 후 꿈결 속에서 친구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나오려면 깨달아야 해." 다짜고짜 나타나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 응? 뭘?"

"꼭 깨달아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 그게 길(道)이고 열쇠야."

"그게 뭔데? 뭘 깨달으라는 거야? 가지 마. 가지 마. 제발 알려줘?"

"너의 깊은 내면에.... 너만 아는 것" 그가 점점 흐릿하게 사라지며 말했다.

'내면?... 어디? 뭐?' 잡고 싶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사라지고 없다. 또 눈물이 난다. 꿈에서도 울고, 깨어서도 울었다.


짧은 잠에서 깨어, 뭔가 단서가 될 것처럼 느껴진 꿈을 반복해 기억하며 뭘까 고민했다. 하루 종일 깨어 있는 동안에도 같은 생각만 했다. 내면, 내면, 내면, 깨달음, 깨달음, 깨달음, 나만 아는.... 나만 아는... 온통 이와 관련된 생각만 했다. 다른 생각은 관심이 없어 떠올라도 무시했다. 아무것도 이보다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죽기 전에 꼭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날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다 지쳐 잠이 들었다. 깊은 새벽 몽롱한 정신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 머무른 상태 같다. 의식이 마음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작은 탄식과 함께, 안도의 숨결은 평화와 자유가 찾아왔다. 숨이 놓인다.

'아, 알았다. 찾았어. 이제 고통도 괴로움도 끝이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 ... .. .





* 위 글은 소설 <플랫폼> (단편)  '소일장'이라는 것이 있어, 응모해 본 글 브런치에도 공유해 소개해봅니다. 관련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476378&novel_post_id=188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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