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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 강의: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by 정윤

(이 강의는 재능기부로 하고 있습니다.

수강을 희망하시는 분들께서는 부담없이 댓글 달아주시면 단톡방으로 초대하겠습니다^^)


-<다음은 소설 기초반 커리큘럼입니다.>-

1주차: 나는 누구인가

2주차: 사진 보고 자세히 쓰기 묘사(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

3주차: 필사하면서 하는 문장 강화 훈련

4주차: 감각 자극 글쓰기 (냄새, 소리, 색을 넣어서 문장 완성하기)

5주차: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6주차: 짧게 쓰기의 힘(간결하게 글쓰기)

7주차: 도입부 문장의 중요성- 강렬한 첫문장으로 독자를 홀려라!

8주차: 작품을 읽고 감상문쓰기

9주차: 비유와 은유 넣어 글쓰기 - "처럼", "마치" 활용

10주차: 계절/날씨로 분위기 만들기- 대화 넣어 생동감있게 쓰기

11주차: 음식 이야기 - 오감 총동원해서 글쓰기

12주차: 1학기 마무리 - 자유 주제 작문 (1,500자 이내)



오늘은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에 대해 공부합니다. 어찌보면 지난 주 강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오늘은 더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소설쓰기에서 설명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에서 절대 당선될 수 없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걸 가장 먼저 봅니다. 설명을 많이 쓴 문장은 심사에서 제외되고 맙니다.

한 문장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걸 영화 장면으로 찍을 수 있나?"

찍을 수 없다면, 그건 설명입니다. 보여줄 수 있게 다시 쓰세요. 보여줄 수 있어야 생생한 글이 됩니다.

소설은 보여주는 장르인데, 계속 설명만 하면 치명적인 단점이 됩니다.


예:

"내가 탈락했던 날이었다. 발표는 금요일 오후 3시였다. 메일이 왔다. 제목을 보는 순간 알았다. '아쉽게도'로 시작하는 메일. 나는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겼다. 동료가 "벌써 가요?"라고 물었지만 대답 안 했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기>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말하지 말고 보여주기'입니다. 감정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그 감정이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행동, 표정, 신체 반응, 주변 환경을 묘사하여 독자가 스스로 느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 독자에게 슬프다고 말하지 마라. 독자가 울게 만들어라. - 안톤 체호프 -


감각 묘사는 어떤 대상의 ‘어떠함’을 그리는 것입니다. 즉, 그 대상의 모양이나 빛깔, 감촉, 냄새, 소리, 맛 등을 그림을 그리듯이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양식입니다. 즉, 묘사는 독자들이 그 대상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귀에 들리듯, 그 감촉은 물론 냄새와 맛까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오감을 표현해내는 방법입니다.


몰입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독자를 장면 속으로 직접 끌어 들어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독자는 설명된 감정보다 경험된 감정을 더 강렬하게 인식합니다. 우리가 기억에 남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설명보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널리 알려진 이효석 단편소설 '메밀꽃 무렵'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글에 보면 달밤의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오감을 활용한 묘사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


◘ 설명하기(telling)- 말하기, 화자(작가)가 직접 나서서 사건과 인물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 요약, 해설.

◘ 보여주기(showing)- 장면 제시. 화자가 사건과 인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방법, 독자로부터 상황과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글 그림.


남들과 달리 보는 참신한 시각이 좋은 글을 낳습니다. 너무 뻔한 묘사, 너무 일반적이고 진부한 표현은 독자에게 실감을 주기 어렵습니다. 대상에 대해 남들과 다른 시각, 독특한 표현법을 갖지 못하면 좋은 문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진부한 낱말, 상투적인 문투, 생경한 낱말의 남용은 독자로부터 작품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결정적 원인이 됩니다. 또한 추상적이고 관념적 어휘의 남용도 글 내용을 생경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설명)이나 묘사로 이루어진 글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떤 글은 너무 설명적이라든가, 스토리 위주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그 작품이 주로 이야기 줄거리에 치중했거나 작가가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설명이든 묘사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적당히 배분해서 균형있게 쓰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1)슬픔에 대한 표현 비교하기

TELL (말하기) : 그녀는 매우 슬펐다.


SHOW (보여주기) : 그녀는 소파 끝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베개를 얼굴에 묻고 있었지만, 어깨가 규칙적으로 떨리는 것이 보였다.

포인트: 신체적 행동(웅크림, 떨림)과 구체적 디테일(소파 끝, 베개)로 슬픔을 전달합니다.


2)분노에 대한 표현 비교하기

TELL (말하기) : 그는 화가 나서 방을 나갔다.

SHOW (보여주기) :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발걸음을 내디뎠다. 문을 잡아당기자 경첩이 삐걱거렸다. 문이 벽에 부딪히며 쾅 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포인트: 신체 긴장(주먹), 행동(문 잡아당김), 소리(쾅)로 분노의 강도를 보여줍니다.


3)불안에 대한 표현 비교하기

TELL (말하기) : 면접을 기다리며 그녀는 불안했다.

SHOW (보여주기) : 그녀는 시계를 다섯 번째 확인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이력서 모서리를 말았다 펴기를 반복했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고, 물 한 잔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았지만 화장실로 가는 것도 두려웠다.

포인트: 반복적 행동(시계 확인, 이력서 만지작), 신체 반응(입 마름), 내적 갈등으로 불안감을 전달합니다.


SHOW (보여주기)의 구체적 기법은 감정을 몸으로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자세나 표정, 몸짓에 주의하세요.

두려움: 어깨를 움츠렸다 / 손이 떨렸다 / 뒤로 물러섰다

자신감: 턱을 들었다 / 어깨를 펴고 걸었다 / 눈을 마주쳤다

수치심: 고개를 숙였다 / 시선을 피했다 / 얼굴을 가렸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동원하여 장면을 입체적으로 만드세요.

시각: 창밖으로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였다.

청각: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똑딱, 똑딱.

촉각: 손바닥에 식은땀이 났다. 펜을 쥔 손이 미끄러웠다.


에세이나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감정을 직접 말하지 말고, 그 감정에서 비롯된 생각을 보여주세요.

나쁜 예: 그는 후회했다.

좋은 예: '왜 그렇게 말했을까. 돌이킬 수만 있다면...' 그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인물의 감정 상태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행복할 때: 햇살이 따스했고, 새들이 노래했다.

우울할 때: 햇빛이 눈부셨다. 새 소리가 시끄러웠다.


에세이나 소설에서 어떠한 표현을 하고자 할 때, 그 인물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세요.

놀람: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기쁨: 그녀는 뛰어 올라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추상적인 설명보다 구체적인 디테일이 훨씬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나쁜 예: 방은 지저분했다.

좋은 예: 바닥에는 일주일치 옷가지가 뒹굴었고, 책상 위 커피잔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5주차 과제물>

과제 1. 다음 'Tell' 문장을 'Show' 문장으로 바꿔보세요.

*그는 피곤했다⇒

*그녀는 설렜다⇒

*그는 지루해했다⇒

*그녀는 당황했다⇒


다음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하여 앞 뒤 상황의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는 글을 1,000자 이내로써보세요.

(감정을 직접 언급하지 말고 장면으로만 표현하세요.)


*중요한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 :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 :

*첫 데이트를 앞둔 사람 :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람 :


처음에는 어색하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계속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장면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초고에서는 감정 단어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수정할 때 이를 장면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글쓰기는 독자에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구구한 설명이나 감정적인 호소, 멋스럽게 보이기 위한 기교를 부린 문장은 독자에게 댜가가지 못합니다. 작가는 독자가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은 생생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번 주도 <장면을 감정으로 묘사하기>에 대한 수업을 했습니다. 다소 어렵고 지루하더라도, 이 과정을 거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글쓰기가 확 살아나고 생생한 글을 쓰시게 될 것입니다.

다음 주는 단문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공부를 하겠습니다. 수강받으시는 작가님들, 너무 열정적으로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할 것이고, 숙제도 같이 할 겁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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