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쓰기의 힘
문장은 되도록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 만약 당신의 글이 독자에게 잘 읽히지 않는다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문장이 너무 길기 때문이죠. 긴 문장은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모호하게 하거나 산만하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긴 문장을 잘라 간결하게 쓰면 독자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간결한 문장과 간단한 문장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문장을 되도록 짧게 끊어 쓰는 게 좋다고 해서 생각을 토막 내서 단순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간결한 문장은 뜻이 최대한 함축된 것이고, 단순한 문장은 생각을 토막 내서 그냥 늘어놓은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음은 간결하게 쓰기의 원칙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간결하게 쓰기.
글을 짧게 쓰라고 해서 무조건 문장을 토막내서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래 예문은 상황을 필요 이상 토막 내 단순화한 문장입니다.
-예) 나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다섯 시였다. 그때 잠이 깬 것이다. 바깥은 아직도 캄캄했다. 옷을 찾아 입었다. 양말도 신었다. 세수를 했다. 양치질도 했다. 차표를 확인했다. 며칠 전 예매해 둔 것이다.
이 문장을 간결한 문장으로 고쳐보면 이렇습니다.
-잠이 깬 것은 새벽 다섯 시였다. 밖은 아직도 어두웠다. 옷부터 챙겨 입고 세수를 했다. 며칠 전 예매한 차표를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간결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 문장에 명사와 동사 한 가지만 쓰면 좋습니다.
예) 나는 오늘 회사에 지각을 했는데 그 이유는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일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회사에 지각했다.
예) 독자의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된다. ⇒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2. 올바른 문장, 정확한 문장,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자.
글을 쓸 때, 뜻이 잘 통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문장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주어, 서술어가 호응되지 않는 문장은 그 뜻이 분명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주어를 생략할 때 그 호응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나 어미를 잘못 사용하면 뜻이 잘 통하지 않는 문장이 되기 쉽습니다. 어미와 조사를 정확하게 가려서 써야 합니다. 조사를 함부로 생략하면 안 됩니다.
3. 지나친 미문 의식은 좋은 문장을 방해한다.
너무 아름다운 문장을 쓰려고 애쓰면 글이 과해집니다. 예를 들어, 좀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여자가 화장을 너무 진하게 덕지덕지 하면 보기 부담스럽고 예뻐 보이지가 않습니다. 엷게 화장한 얼굴에 포인트만 살리면 훨씬 예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나친 미문 의식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흐려놓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름답게 꾸민 말과 글귀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흐려놓거나 그것의 진실됨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글쓰기는 아름답고 예쁜 문장보다 개성 있고 참신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 좋은 글이 됩니다. 또한 같은 문장 속에 동의어를 중복해서 쓰는 일도 자제해야 합니다.
4. 수식어(형용사어, 부사어)를 많이 쓰는 문장을 자제하라.
밑줄친 문장을 삭제한다면 글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그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그 예쁜 그녀의 고운 얼굴이 어느 순간에 비애와 크나큰 절망으로 비참하게 일그러졌다.
-고통과 인내가 응축되어 짙은 그늘을 이룬 얼굴, 그리고 그 위에서 희끗거리는 반백의 머리털이 아프게 그녀의 눈을 찔러왔다.
5. 접속어를 남용하면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
접속어를 남용하지 않는 것도 좋은 문장을 만드는 비결이 됩니다.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접속사를 줄이면 간결한 글이 됩니다.
-그러나, 그러므로, 그런데, 그리하여, 왜냐하면, 즉, 그리고, 또한, 그러다가, 그때서야, 하지만, 그러는데, 그러자, 그렇다면, 그러니까, 그런 속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러면서, 그리고서는, 아니, 그랬는데, 말하자면, 게다가, 더욱…….
예) 나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고 또한 영감도 떠오르지 않았다.
⇒ 글을 쓰고 싶었다. 시간이 없었다. 영감도 없었다.
한국 작가 중 단문의 대가는 소설가 김훈입니다.
『칼의 노래』부터 『남한산성』까지, 그의 문장은 칼날처럼 날카롭습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 도입 문장입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진주성 장면입니다.
"진주성에서 조선 군사 5천이 죽었다. 닭 한 마리 살아남지 못했다.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이순신의 참담함이 느껴지시나요? 형용사가 하나도 없습니다. '참담했다', '슬펐다' 같은 감정 표현도 없습니다. 그냥 사실만 나열했는데 독자는 알아차립니다. 그 밤이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을지.
한국일보 기자 시절의 김훈은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목동 마을 사람들은 불도저가 미웠다."
80년대 목동 신시가지 개발을 다룬 기사의 첫 문장입니다. 이를 본 선배 기자는 당황했습니다. 육하원칙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훈은 고집했다 합니다. 그의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그의 기사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다 빼자 문장이 살아났던 것입니다.
헤밍웨이의 6 단어 소설 중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지 않음)
어느 날, 헤밍웨이는 친구들과 내기를 했습니다. 10 단어 미만으로 사람들을 울릴 수 있냐는 내기였습니다. 그는 6 단어로 이겼습니다. 단 6개의 단어. 하지만 독자는 알아차립니다. 아기가 죽었거나 태어나지 못했고, 그만큼 가난하다는 것을. 그만큼 짧은 문장이 긴 이야기를 담습니다.
헤밍웨이의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문을 열었다. 밖은 어두웠다. 비가 내렸다.
헤밍웨이의 문장입니다. 짧고 강렬합니다. 기억에 남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쓴다면 어떨까요?
-그가 문을 여는 순간 밖은 어둠에 싸여 있었고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똑같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뒷문장은 힘이 없습니다. 호흡이 막힙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단문이 좋다고 해서 단문만 고집하면 글이 살아나지 못합니다. 탁탁탁. 끊기는 문장만 이어지면 숨이 막히고 리듬이 없어집니다. 여운도 없습니다. 깊이 있는 사유를 담기 어렵습니다.
좋은 글은 장단의 조화입니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섞어 써야 합니다. 노래에서도 그렇듯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를 끌어 들일 수 있고, 독자가 숨 쉴 틈을 갖게 됩니다.
헤밍웨이와 김훈도 단문만 쓴 게 아닙니다. 그들은 필요할 때 문장을 늘였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문장을 늘려야 할까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때나 풍경을 세밀하게 그릴 때, 생각의 흐름을 보여줄 때, 여운을 남기고 싶을 때입니다.
핵심은 '의도'입니다. 문장을 짧게 쓰든 길게 쓰든,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짧게 써서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길게 써서 여운을 남길 것은 남겨야 합니다. 무조건 짧게만 쓰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
'엄마'라는 주제로 간결하게 글쓰기-1,000자~1,500자 이내
다음 주 제 7강에서는 '도입부 문장의 중요성- 강렬한 첫문장으로 독자를 홀려라!'에 대한 글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많은 호응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