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말실수가 만든 가장 예쁜 오답, 똥차
유솔아!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만나지.
같이 살지 않으니 주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헤어지곤 해.
그래서 우리의 작별 인사는 늘 주차장에서 이루어진단다.
식당 앞이나 카페 옆, 아빠 차가 잠시 서 있을 수 있는 길가 어딘가에서 말이야.
그럴 때면 네가 항상 묻는 말이 있었지.
“할머니 차는 어딨어?”
그날도 그랬어.
네가 차창을 내리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단다.
“할머니 똥차? 저기 있지.”
할머니 차는 좀 낡고 오래됐어.
자주 타지는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워 그냥 타고 다니는데, 요즘 차들처럼 번쩍이지도 않고 여기저기 작은 흠집도 많거든. 그래서 농담처럼 웃으며 던진 말이었어.
그런데 유솔이 너는 그 말을 정확히 귀에 새겨들었나 봐.
눈을 반짝이더니 크게 외치더구나.
“할머니 똥차 어디 있어?”
할머니는 웃음이 터졌고, 네 아빠는 나를 흘겨봤지.
“엄마, 아이들 앞에서는 정말 말조심해야 돼요.”
그날 할머니는 네 아빠에게 톡톡히 잔소리를 들었단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그날 이후로 우리는 헤어질 때마다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되었지.
“할머니, 똥차 어디 있어?”
“유솔아, 그렇게 부르면 안 돼.”
“그냥 할머니 차라고 해줘.”
“예쁜 차라고 불러줄래?”
어른들이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없었어.
너는 혀를 날름 내밀며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렸지.
배를 잡고 웃으며 “똥차, 똥차, 할머니 똥차!”라고 노래를 부르더구나.
네 아빠의 잔소리는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나 역시 정말 말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할머니 마음이 조금 바뀌었어.
처음엔 내 차가 낡은 걸 들킨 것 같아 조금 창피하기도 했는데, 가만히 보니 너는 내 차를 놀리는 게 아니었어. 할머니와 나누었던 그 '똥차'라는 농담이 즐거워서,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거였지.
남들이 들으면 이상한 말이지만, 너와 나 사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인사말. 우리만의 비밀 암호가 된 거야. 그래서 요즘은 그 질문이 기다려지기까지 해.
“할머니, 똥차 어딨어?”
이제 나는 기분 좋게 손을 흔들며 대답한다.
“저기 있잖아, 할머니 똥차!”
그러면 너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깔깔거리며 웃지.
사랑하는 나의 손자 유솔아.
아이들은 어른을 닮는다고들 하지만, 가끔은 어른이 아이를 닮기도 한단다.
나는 요즘 내 차가 전보다 훨씬 소중해졌어.
비록 낡고 흠집은 많아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유솔이의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보물차'니까.
다음에 만나면 너는 또 묻겠지?
“할머니, 똥차 어딨어?”
이제 괜찮아. 그 말을 들으며 너와 함께 활짝 웃을 수 있다면 할머니는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오늘도 꿀꿀꿀꿀, 꿀꿀이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