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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알면 알수록 오묘한 나라

by 정윤

인천 공항에서 11시간을 날아 도착한 튀르키예 이스탄불.

그곳은 뭔가 어수선했고 질서 정연한 느낌보다는 정리가 안된 도시의 소란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간 곳은 그랜드 바자르. 산처럼 쌓아 올린 물건들의 화려함.

시장은 어디에 눈을 둬야 될지 모를 정도로 휘황찬란한 보석들과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과연 동과 서의 교차점이자 5세기경 실크로드 상업의 교역로답게 활기가 넘쳤다

거리는 평화로웠고 사람들은 친근하고 순수했으며 정감이 있고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대했다.

튀르키예인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좋아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었으며 싸늘하고 도도했던 유럽인들과는 달리 친근했다.


우랄알타어 어족인 튀르크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같아 배우기 쉬워서인지 한국말을 잘 구사하는 튀르키예인들이 많아 신기했고 놀라웠다. 나는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눈이 파랗고 얼굴색이 다른 낯선 그들과 여행지마다 스스름없이 사진을 찍곤 했다.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을 의미하는데 단층을 뚫고 나오는 온천수의 칼슘 퇴적물이 형성한 독특한 지형지물 들로 만들어진 진귀한 광경 때문에 티르키에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광물의 숲, 석화 폭포, 거대한 천연 휴게실의 단층 연못 등이 바로 그러한 광경에 포함된다.

인류 문명부터 서로 다른 문화가 교차하며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 튀르키예.

알면 알수록 오묘함이 숨어있는 곳, 지금도 땅을 파면 층층이 다른 유적이 나오는 나라. 국민의 98프로가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크리스트교 문화와 이슬람문화가 교차하며 자리를 잡은 나라.

짧은 9일간의 일정으로 급하게 돌아본 곳이었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스럽고 오묘한 매력의 나라였다.




카파도키아

누가 뭐래도 티르키에 여행의 백미는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인 듯하다.

열기구가 뜰 수 있는 시간은 새벽 동틀 무렵이다. 막연히 멋진 일출의 모습과 풍광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던 내 상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해가 뜨고 나면 햇빛이 주는 온도가 열기구 안의 공기를 팽창시켜 열기구를 조절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내부의 열에 의해 민감하게 움직이는 열기구의 섭리를 거스르면 곧바로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카파도키아 풍경은 아주 특이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현실적인 모양의 기암괴석은 신이 장난을 쳐놓은 듯도 하고, 지구상이 아닌 외계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말로만 들었던 열기구를 직접 타고 하늘을 나는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호흡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드넓은 카파도키아 기암괴석 위로 수십 개의 열기구가 함께 날아오르는 모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풍경으로 각인될 만큼 강렬했고 판타스틱했다.


신의 선물이랄 수밖에 없는 특이하고 오묘하게 생긴 기암괴석들 위로 붕 떠올라 허공에서 내려다본 지상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몽환적이었고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푸른 어둠에 뒤덮여 침묵하고 있던 먼산 위로 빨갛게 드러내는 일출의 모습.

안개가 서린 기암괴석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자, 둥둥 떠있는 수십 개 풍선들의 향연이 어우러진 풍경은 신과 인간이 빚어낸 예술품 같았다.

풍선의 숫자도 많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감동 어린 떨림의 순간들을 생각해 보라.

같은 시간 같은 시공 속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을 수많은 표정들을.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짜의 '나'로 살아가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인생의 그 많은 순간들 속에서 진정한 '나'로 돌아가는 순간.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 풍경을 바라보는 저 풍선 속의 수많은 사람들은 진짜의 '나'를 바라보며 환희에 떨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감동의 순간은 또 있었다.

우리가 열기구의 감흥에 들떠 있는 그 순간, 조종사들은 한순간도 소홀할 틈 없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앞과 뒤를 수없이 왕래하며 아래를 살피고 바람의 세기를 살피고 수신기로 교신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열기구가 뜨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착지하는 순간까지의 1시간 여 동안 그는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긴장한 채 위험의 순간에 대비하며 임무에 철저히 임하는 조종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열기구가 지상으로 착지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시간이었다.

조종사들은 힘든 여정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샴페인을 터뜨리고, 우리는 그 술을 나눠마셨다.

'브라보!'를 외치며 나는 구레나룻이 멋진 그 미남 조종사에게 엄지 척을 해 보였다.

사진을 부탁하니 기꺼이 나와 친구의 어깨를 감싸며 멋진 포즈를 취해 준다.


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배운다.

삶의 극기를 이겨내고 그 마침 끝에 마시는 달콤한 축배처럼, 우리 인생도 한잔의 축배를 마시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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