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세라세라
발칸 제국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1990년 대 후반 독립전쟁 이후로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동유럽 여행지이다. 우리나라에는 tvn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더 유명해졌다. 1945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이었던 크로아티아는 1991년 독립 선언 후, 유고 연방의 공격으로 구도시의 80프로가 피해를 입었다.
네움의 해안가에 위치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에 우리 일행은 버스에 올라탔다.
보스니아 국경을 넘을 때, 까다로운 심문 때문에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야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드리아해를 연안에 둔 두브로브니크는 붉은 지붕의 낮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아름다운 해안 도시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 불리는 해안도시를 감상하기 위해 밴으로 갈아타고 높고 구불구불한 성벽으로 올라갔다.
부자카페로 들어 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향해 뚫려 있는 이 구멍을 지나가야 한다. 'buza'는 두브로브니크 사투리로 '구멍'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실제로 가보면 카페로 들어가는 입구에 바다로 향한 구멍이 있다. 나도 이 구멍을 통해 해안절벽에 위치한 부자카페로 갈 수 있었다.
해안 성벽에 위치한 '부자카페'에는 관광객들이 바닷가를 향해 앉아 있었다. tvn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에서 김희애가 레몬 맥주를 마시던 곳이다. 메뉴는 단순했는데 호기심에 김희애가 마시던 30쿠나 하는 레몬 맥주를 한병 사들고 마셔보았다. 맥주와 레몬맛 나는 음료수를 섞어 놓은 듯한 맛이어서 술이라기보다 음료수에 가까윘다.
오후에는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구시가지와 아드리아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길을 걸었다.
1995년 종전 이후 유네스코 지원을 받아 복원한 구시가지는 아직도 전쟁의 아픈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깨진 주황색 기와와 화염에 그을린 벽돌, 폐허로 방치된 집터들. 그런 풍경마저도 중세 영화 세트장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 허공에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향수를 불러일으켜준다.
반질반질 닳아버린 돌길을 걸으며 낯선 공간에 서있는 나를 되돌아본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낯선 곳에서, 온전히 나 하나만을 위해 몰입할 수 있을 때, 조금은 자유롭고 순수해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 시간들이 좋아서 나는 자주 길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나이가 되어 버렸다.
모든 일에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반드시 잘 사는 삶은 아닐 것이다. 행복은 누릴 줄 아는 사람의 몫이다. 비록 가진 것 없어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삶의 방식이다. 케세라 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