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순간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강화도 일몰을 보러 가게 된 건.
친구가 하는 식당을 지나가다 밥 먹으러 우연히 들었는데, 즉흥적으로 ‘우리 갈래?’해서 내려진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흔쾌히 결정을 했던 건, 어쩌면 지는 해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었던 마음이 내 속에 강렬하게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호젓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길을 돌고 돌아 어느 바닷가에 차를 주차시키고 우리는 먼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래도록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그 시간은 이 세상의 어떠한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바닷물과, 푸른 하늘과, 점점이 떠있는 구름덩어리와, 수평선과, 아득한 공간까지도.
거부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바닷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노을빛을 받은 수십 개의 구름덩어리들이 발갛게 빛나며 저마다의 몸짓으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구름덩어리들의 미세한 떨림, 그 파동 하나하나가 내게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서서히 벅찬 감흥이 가슴이 차올랐습니다.
살아오면서 간혹 마주치곤 했으나 스쳐 지나버렸던 신비한 순간들이, 바다 끝에서 내 몸속으로 펴져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구름 사이로 빨갛고 동그란 점 하나가 불타듯 내려앉다가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리자,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한동안 묘한 서글픔과 여운으로 가슴이 젖어 들어 그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어쩌면 나도 내게 사라진 어떤 기억, 무언가 사라져 가버리는 순간들을 붙들고 집착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