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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무작정 떠나 온 여행

by 정윤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이며, '부다'와 '페스트' 두 개의 도시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 두 도시는 동일한 지역에 있으며,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부다페스트는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 경제 및 정치 중심지 중 하나이며,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여겨진다.

'부다'는 1세기경 로마제국의 수도였고, 5세기에 훈란족의 침입으로 멸망했다. 13세기에 다시 건설되어 오랫동안 오스만제국의 침입을 견뎌내며 발전해 왔다. 반면, '페스트'는 부다강의 다른 쪽 뱅크에 위치한 지역으로, 중세시대 이전에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게 되었다. 1873년, '부다'와 '페스트'는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었으며, 이후 두 지역은 급속도로 성장하여 지금의 부다페스트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으로,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여행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부다페스트는 영화 <글루미선데이>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프라하에 비해 다소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글루미 선데이 영화 포스터

영화 <글루미선데이(Gloomy Sunday)>는 감독 롤프 슈벨(Rolf Schubel)이 노래 <글루미 선데이>에 얽힌 실화를 소재로 한 닉 바르코프(Nick Barkow)의 소설 《우울한 일요일의 노래》(The Song of Gloomy Sunday)(1988년)를 각색해 1999년에 제작한 독일과 헝가리의 합작 영화이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Seress Rezso)가 1933년에 발표한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이 유명해졌는데, 이 곡은 헝가리에서 금지곡이 되었다. 왜냐하면 헝가리에서 이 음악을 듣고 17명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죽을 때 악보를 쥐고 있거나, 유서에 가사를 언급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 곡을 작곡한 레죄 역시 이 음악이 세상에 나오고 몇 년 후 우울증으로 건물에서 투신을 했다.


영화 속 배경으로 나왔던 세체니 다리 위에 실제로 서보니 글루미선데이의 우울하고 애잔한 음악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그 음악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는 실화도 있지만, 가슴을 저미는 듯한 슬픈 여가수의 목소리와 묵직한 첼로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율이 묘한 마력으로 빠져들게 하던 노래로 기억한다. 왜그런지 그 음악을 들으면 한없는 슬픔의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울감이 들었는데, 그 슬픔이나 우울감이 달콤했고 쌉쌀해서 나역시 온종일 리플레이하여 듣고 또 들었던 곡이다.

세체니 다리의 밤 풍경


멀리서 바라본 세체니 다리 낮 풍경


헝가리 국회의사당 야경

세계 3대 야경에 든다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유람선 뱃머리에 서서 강너머로 펼쳐지는 보석 같은 풍경들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스마트폰으로 담은 사진 실력이 그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순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이 야경만으로도 부다페스트는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서서 넋을 잃듯 강너머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서울의 일들이 까마득하고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체스키크룸로프


체스키크룸로프는 체코 남보헤미아 주의 작은 도시이다. <크룸로프 성>을 포함한 뛰어난 건축물과 역사 문화재로 유명하며, 체스키크룸로프 구 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다. 크룸로프는 강의 만곡부의 습지〉를 의미하며, 독일어의 크루메 아우에(Krumme Aue)를 그 어원으로 한다.


독일 뮌헨에서 체코로 가는 버스를 타고 4시간 만에 체스키크룸로프에 내렸다.
S자로 완만하게 흐르는 블타바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붉은 지붕과 둥근 탑이 어우러진 마을을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을 파는 상점들과 거리의 모습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주는 평화롭고 예쁜 마을이다.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탑


체코 프라하의 천문 시계탑은 세계인들이 몰려들 만큼 유명한 곳이다. 천문 시계가 유명한 이유는 매 시각 정각에 천문시계 위쪽으로 작은 문이 열리면서 목각인형들이 번갈아 나타나며 움직이는 퍼포먼스 쇼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천문 시계 중 가장 오래된 시계여서 프라하 사람들의 자부심이라고도 한다. 정각이 되면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저녁엔 체코 프라하의 밤거리를 걸었다.
낮보다 아름답다는 프라하 거리는 활기찼고 아름다웠으며 보석처럼 화려했다.

걷다가 노천카페에서 독일맥주보다 맛있다는 체코 맥주를 마셨다.
맥주의 알싸한 향이 쓰지 않으면서 구수하다. 혀끝에 감도는 끝맛의 느낌은 뭐랄까, 블랜디처럼 향기롭고 은은한 여운이 디테일하게 맴도는 맛이었다.

프라하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난 언뜻언뜻 한국을 떠올렸다. 지금쯤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떠나온 이유는, 당연히 올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나중에 올 것이라 짐작했던 일이 불쑥 먼저 나타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아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내가 마치 시한부 삶이라도 받은 것처럼, 정말 그런 순간을 겪은 것처럼, 죽기 전에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온 여행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떠나온, 그렇게 아무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떠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서체니 다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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