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싶을 때, 기존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쓸데없는 짐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가볍게 살고 싶을 때, 내가 찾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월정사 전나무 숲길입니다. 나는 신발을 벗어 들고 그 길을 걷곤 했습니다. 마치 백팔번뇌를 내려놓듯 그 길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듭니다. 드높게 뻗어있는 전나무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자애로운 눈길로 나를 위무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길.
아침 안개가 걷힌 전나무 숲길은 하얀 눈에 쌓여 더욱 선명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눈 쌓인 길을 맨발로 걸을 순 없지만, 눈길을 뽀드득 거리며 밟는 느낌이 신선하고 상큼합니다.
유목민처럼 배낭 하나 메고 가볍게 떠돌며 살고 싶은 내 바람과는 달리, 어느덧 나를 둘러싼 복잡한 생각과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살 때가 많습니다.
이 숲길을 걸으며 수없이 나 자신에게 되뇝니다.
내려놓자. 내려놓자. 내려놓자.
나의 교만함을, 나의 욕심을, 나의 집착을, 나의 아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