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길은 서울이면서도, 서울 도심과는 다른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길입니다.
창의문을 지나 조금 내려오면 청운공원 시작점에 아담한 하얀색 건물 윤동주 문학관이 보입니다. 전시관에서 영상관으로 가는 공간너머의 하늘과 구름의 조화가 너무 인상적입니다.
우리 가슴속에 별이 되어 사라진 윤동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던 그가 바라본 하늘색은 어떤 빛이었을까요.
윤동주 문학관을 나와 '부암동 가는 길"이라는 음식점을 지나 부암동 길로 접어듭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부암동길은 지친 마음을 토닥거리며 달래줄 것 같은 엄마의 품 속 같은 길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에 오기라도 한 듯한 판잣집도 보입니다.
마당 빨랫줄에 서너 개의 빨래들이 널려있고 수돗가 양동이에 물이 가득 고여있는 풍경.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고향집 안마당 모습입니다.
그 집 안마당을 살며시 들여다보며, 모두가 가난했던 하지만 따뜻하고 정겨웠던 어린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 보기도 합니다.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갤러리들이 은밀하게, 전혀 티 나지 않게 곳곳에 숨어 있는 고즈넉한 길.
도심에 갇혀 살아가다 보면 마음속에 스모그가 낀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또는 마음에 맞는 단짝 친구랑 사부작사부작 그 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에 쌓였던 뿌연 먼지가 어느 순간 사그라들어 청정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