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취미가 된다면.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80년대는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특별할 게 없는 답이 돌아왔다.
<우표 수집, 독서, 음악 감상>
대개 이 정도에서 8-90%는 걸러진다.
책 출간 소식을 듣고는 책 내는 게 꿈인 시절에 대해 추억하곤 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이라도 시작하세요.”
“당연히 할 수 있죠!” 같은 말로 화답했다. 정말 그렇게 믿으면서.
글쓰기나 책 쓰기는 당연히 ‘지금부터’,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깐.
그러다 <브런치>에서 어느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이 둘의 엄마로, 전쟁 같은 육아의 현장과, 컨베이어 벨트 마냥 끊임없이 밀려오는 집안일 가운데, 주방의 작은 공간에 기대어 시간을 쪼개는 모습을 보았다.
똑같은 여건이었다면 나는 과연 이들처럼 간절할 수 있었겠는가. 온통 불만과 좌절에 묻혀 그 옛날에 한 번쯤 꾸었을 꿈만 가끔 회상하며 현실에 딱 달라붙어 살고 있지 않았겠는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며 책 쓰기란 말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꾸준히 글을 쓰지 않는 수십 가지의 이유는 사실 게으름 때문이다.
‘때를 만나기 위해’ 기다린다고 하지만 사실 하염없이 미루고 있을 뿐이다.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부족해 자꾸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고.
어떤 작가는 하루에 쓸 분량을 정해 놓고 성실히 매일매일 딱 그만치의 글을 쓴다고 한다. 반면 차고 넘칠 때까지 기다렸다 한 번에 쏟아 낸다는 작가도 있다. 방법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쓴다는 것이다. 일단 앉아서 쓰기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고, 메모만 열심히 한다고 글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아. 이분은 참 힘들게 글을 쓰고 있구나.’
‘정말 글이 쓰고 싶은 것이구나.’
브런치의 글을 읽으면서 이 두 가지 생각을 했고, 그냥 버려둘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적어본다.
멋지다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문장이 되고 주장이 되고, 스스로 정리가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넘치는 정보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고 그것이 내 것이 되고, 삶 속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결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면서 좀 더 의미 있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 있다면 짧은 메모를 하자. 그것을 정리하고, 길게 문장으로 표현해 보자.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고, 하고 나면 기분까지 좋아질 것이다.
습관이 되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한층 성숙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