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하듯 ‘여행 작가’로 살아보기로 했다.
‘한 달 살기’하듯 ‘여행 작가’로 살아보기로 했다.
공인된 곳에서 수련을 하거나 자격증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타인들로부터 인정받을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그냥 내가 선택하면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살아보겠다거나,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내 보겠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결심만 해도 여행 작가가 된다. 이미 여러 곳을 여행했고, 이렇게 띄엄띄엄 글을 쓰고 있으니 된 거다. 그리고 한번 되고 나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명함을 돌릴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한이 정해진 명함 대신, 평생 사용해도 되는 명함이 생긴 것이다.
이제 여행을 가야 한다. 계획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살아 본 경험도 있고, 나만의 이야기도 있다. 만나야 할 친구도 있고,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할 추억도 있다. 사소한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비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가을에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약을 할 수가 없어졌다는 거다.
어젯밤, 씻고 거실에 앉아 머리를 말리다 「심야식당」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라 이미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시작 장면은 처음이었다.
배경음악이 나옴과 동시에 동경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비추며 카메라가 자동차 동선을 따라 지나갔다. 뭔가 익숙한 동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부키죠 1쵸매>의 아치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 시절의 신주쿠가 가슴을 흔들었다. 화려함 속에서 철저히 고독했던 젊은 날의 시간들이.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나는 이미 골목 어딘가를 걷고 있는 것이다.
‘여행이 시작된 것인가?’
영화는 작은 식당 안에 카메라가 멈춘 채 배우들의 연기가 진행되었지만 화면의 장면과는 상관없이 한참을 그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
단지 여행자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시선을 가지고 싶다. 여행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고 싶다. 이전의 사고방식에서 좀 더 넓어진 시야를 원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를 발간할 계획이다. 내 이름이 찍힌 책을 넘겨보는 희열을 맛보고 싶다. TV 진열대 위에 세워두고 TV 보다가도 힐끗힐끗 계속 쳐다볼 거다.
여행 에세이를 몇 권 샀다. 그들은 어떤 여행자였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살폈다. 그중에 마음에 맞는 작가의 책을 있는 대로 주문했다. 작가의 시선이 부러웠고, 문체에서 묻어나는 향기가 부러웠다.
‘나도 이들처럼 쓸 수 있을까?’
의문과 좌절이 동시에 찾아온다. 그래도 쓸 거다. 어쨌든 <여행작가>니깐.
그러기 위해 매일 짧은 글이라도 메모하고, 고쳐 쓰기도 열심히 하고,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서 이튿날부터 바로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진실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 일생 동안 노력이 필요하듯,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꾸준하게 노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