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여행 가방이 점점 가벼워진다.

by 다섯시의남자

나이가 들면서 여행 가방이 점점 가벼워진다.



삶의 이력에서 지혜가 생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전부 담지 않게 되었다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것과, 과감히 새로 살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도 매한가지구나 생각한다.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23살의 가방에는 뭐가 들어 있었던가?

온갖 상상과 꼼꼼한 시뮬레이션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설령 꺼내지도 못하고 들고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불안함보다는 불편한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가방을 챙겼다가는 숱한 잡동사니들 속에서 많은 것을 놓치게 될 것이다. 풍경과 사람들과 그곳에서 만나는 우연한 메시지를 발견하기 힘들지 모른다.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여행이든 삶이든 새로 가방을 꾸린다면 좀 다른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내가 쓸 것들은 조금 내려놓고, 사람들을 위한,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돈'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슬프고 안타까운 순간을 위한 리스트가 필요하다.


가방을 그렇게 싸듯 인생도 그렇게 살고 싶다.

어딘가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 돌아온 그 가방 그대로, 남은 여정을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이상 욕망을 담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멈추고 타인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풍성한 여행이, 여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의 반나절을 살고 보니 지난 오십여 년이 일순간과 같다

그간의 일정을 회상하고, 후회하고, 설레다, 문득 남은 여정의 방향을 점검하게 된다.

관광객은 많지만 진정한 여행자가 드물다고 한다.

흔들리지 말자. 여행은 경쟁이 아니다. 목적지의 스탬프를 위한 것도 아니고, 정해진 규범대로 완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함께 갈 수는 있지만, 결국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삶이다.

가볍게 다니자.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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