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쓰려고 하는 걸까
- 글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
- 내가 쓴 글처럼 살아가는 것
-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는 것(여행 에세이)
- 나누는 삶을 사는 것, 영향을 끼치는 것
- 계속 글을 쓰는 것
책 쓰기는 꿈도 못 꾸던 때에 우연히 글쓰기를 시작했다.
‘기록 디자이너’라고 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3개월 과정이었다. 은퇴를 한 직후여서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넘쳤다. (뭐든 해야만 하던 시기기도 했다.)
과정이 끝나고 같이 참여했던 분들 중에 몇이서 드디어 책 쓰기에 도전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나온 것이 <꾸준하게 실수한 것 같아>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1년 동안 준비해 <다섯 시의 남자>를 출간했다.
이제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여전히 실수투성이고 내 글이 알려지는 게 부끄럽지만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다 생각하며 이어간다.
책을 낸다는 것은 히말라야를 등반할 거라든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겠다든지 하는 계획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그런 것들도 실행 가능성이 매우 낮은 건 사실이지만 혹시, 만에 하나 얼떨결에 남들 따라 저질러 버리게 될 일이 없다고는 장담하기 힘들다.
거기에 비해 책 쓰기는 완전히 성질이 다르다. 여러 번 시도할 수는 있지만 결과를 만드는 건 전적으로 자기 몫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그룹으로 함께 시간을 내서 노력하고, 관련 서적들을 수십 권 읽더라도, 결국 쓰는 건 혼자 해야 한다, 여럿이 어울려서 얼떨결에 따라갈 수는 없다.
쓰는 작업은 스스로 해야 한다. 뭔가 떠오르든, 고독하게 책상에 앉아 뚫어지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든. 철판을 깔고 일단은 써야 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절대 읽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면서 점점 내 말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삶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쓴 글처럼 잘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만 고민하다, 어느새 나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내 글처럼 살고 있는가? 점검하게 된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만큼 좋은 삶에 대한 욕망이 커지는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관광지를 벗어나 골목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눈길이 간다. 그곳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여행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이웃이 되고 싶어 진다. 여행은 의외로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소망하는지 발견되어진다.
여행은 삶의 태도를 바꾸게 한다. 나로 하여금 ‘어떻게 살 것인지 정하라’고 요구한다.
좋은 글을 쓰는 것처럼 점점 더 좋은 여행이 하고 싶어 진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다. 영향을 끼치고 싶고, 또 받고 싶다. 작은 달란트지만 나누면서 얻는 값진 은혜 속에서 의미 있는 일상을 쌓아가고 싶다.
책을 내는 목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내가 쓰는 책은 <여행 에세이>다.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여행서일 수밖에 없다. 우리 인생이 결국은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여행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에 관한 내용도 있다.
더 나은 글을 쓰고, 더 나은 여행을 하기 위해 꾸준하게 애쓸 것이다.
사람들을 도우고, 또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의 동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글을 쓰고, 글이 책이 되기 위해 한 꼭지 한 꼭지 간절한 마음을 더한다.
- 나를 위해 살다 나를 위해 죽는 자 되지 않기를 - 빌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