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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심심한 여행 2

2023년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6박 7일간 일본 여행기

세상 심심한 여행 - 중간 점검

<2023년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6박 7일간 일본 여행기>         


 

중간 점검          



세 째 날 저녁 신모지항에서 이즈미오쓰항(오사카)으로 이동하는 한큐페리를 타기로 했는데 예약한 사이트에서 메일이 왔다. 정기점검 일이라 운항이 없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고베항으로 가는 배를 타야겠다. 

고베에서 오사카로 가는 길도 재밌을 것 같다.

지금 예약은 안 되고 현지에서 해야 하지만 걱정은 없다. 어차피 다른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쁠 일도 없다. 그저 오사카로 넘어가면 되는 일이다. 그날이 안 되면 다음날 가면 되고. 하여간 배로 가고 싶을 뿐이다.

배를 고집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밤중에 자다 깨어 망망대해를 보는 건 정말이지 황홀한 일이다. 날이 좋아 별을 볼 수 있다면 더 좋고. 상상만 해도 설렌다.     


여권만 잘 챙기면 된다. 혹시 해서 국제면허증은 가져가지만 별로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오토바이보다 자전거 정도는 빌릴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배낭 하나에 짐을 다 싸야 한다. 많이 걸을 예정이라 최대한 간단히 준비할 작정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 했을 때는 일정이 길었다. 규슈로 들어가서 홋카이도로 나오는 일정이었다. 전 여정에 비행기는 없다. 섬나라답게 배가 많아 마음껏 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배만 타는 것은 아니다. 도쿄에서는 야마노테센(도쿄전철 순환선-이 라인을 따라 도쿄 번화가가 대부분의 이어져 있다)을 따라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있었고, 홋카이도에서는 미우라 아야코 작가의 기념관을 방문할 계획도 있었다. 규슈에서는 앤도 슈샤쿠의 『침묵』의 배경이었던 나가사키의 이곳저곳을 돌아볼 생각도 했었다.     


생각이 길어지면서 일정도 계속해서 길어졌다. 그러다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정으로 일주일간 맛보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좋은 일인지 슬픈 일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여하튼 계속해서 계획을 세우고 살을 붙이고 그러다 보면 떠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기획서를 멋지게 써서 여행 작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취재’로 다녀와도 좋겠다. 머리로는 상상하는 대로 열심히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고 명분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나는 단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여행을 떠나면서 다음 여행을 꿈꾸는 일. 

정말 신나는 한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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