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이 필요할 때.
“자기검열에 빠지면 안 된다.”
“일단 막 써라.”
“퇴고의 힘을 믿어라.”
이런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정작 내 글은 멈춰져 있다.
간혹 써 놓은 메모들은 감정만 잔득 늘어놓고 공감만 애타게 기다리곤 한다.
이래서는 나아질 수 없다.
내 글도, 내 삶도...
책임감 없는 시간이 지나간다.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실체가 뭔지만 찾아 두리번거릴 뿐이다.
정해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허무함은 습관처럼 그 빈 공간을 파고들고 있다.
쓰지 않으면 도무지 채워질 것 같지 않은 공허함의 시간을 숙제하듯 해 치우고 싶다.
‘뭐라도 쓰자. 다 써버려 이제 멈춰도 좋을 때까지,’
그런 때가 있다면 말이다.
글은 위안을 주다가도 금세 가시 같은 물음을 던진다.
집요하게 무슨 의미인지를 확인한다.
그 기세는 나를 주눅이 들게 하고 또 골방으로 밀어 넣는다.
SNS에서 자유 할 수 있는 곳. '좋아요'에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되는 곳.
그런 순수한 나만의 골방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