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by 다섯시의남자

헐~~



요즘은 “헐~~” 하나로 감정 전달을 웬만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거나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때도 “헐” 하나면 대충 얼버무릴 수 있게 된 건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적극적으로 동조하자니 거짓말하는 기분이고 그렇다고 반대를 할 만큼 대단한 사항이 아닐 때는 “헐” 하나면 그럭저럭 상대방에게 미안하지 않을 반응을 보이며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사용되었던 걸까?

사극 같은 데서 옛날 사람들이 쓰던 “허어 참” 같이 무심코 내 뺏던 감탄사가 유래가 되었을 거라는 의견이 있다. “허어”가 “헐”로 줄여서 누군가 사용한 것이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다.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라 별로 신빙성은 없지만 그런 얘기도 있다는 거다.

놀라움, 충격, 당황, 황당함, 혹은 실망, 어이없거나 감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을 “헐” 하나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니.

진짜 “헐”이다.


요즘 문해력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 현장학습 가는데 중식제공이라는 안내를 보고 아이들에게 한식으로 줬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얘기가 단순한 농담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학생들은 시험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직장인들은 지시받은 업무내용의 해석이 별도로 필요한 일상이 되었다. 보험약관같이 어려운 텍스트는 고사하고 사회적으로 누구나 쉽게 납득할 만한 정도의 메시지를 설명하는데 국가적으로 예산을 써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헐”은 이러한 시대를 반증하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점점 편하게, 단순하게 줄여서 쓰고 통합해 사용하다 보면 중의적인 표현이나 긴 문장에 대한 거부감은 날로 늘어갈 것이다.

“헐”은 이제 기성세대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대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 되었다.

근데.... “헐랭”은 또 뭐지?




작가의 이전글여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