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의 여행

by 다섯시의남자

카페에서의 여행


출근하는 시간 집을 나와 8시가 채 되기 전에 카페에 도착한다.

2층으로 올라가 벽으로 기댄 자리에 가방을 푼다.

노트북을 꺼내고 읽을 책과 프린트물을 꺼내 자리를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가 차를 한 잔 주문해 받아 온다.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고 눈이 급속히 피로해지기 전에 자주 멀리 풍경을 본다.

적당히 예열을 하고 나면 노트북을 열어 빈 문서를 펼쳐 생각이 가는 대로 뭐라도 적는다. 한 번에 글 하나가 뚝딱 나오진 않지만 대충 제목을 달아 바탕화면에 붙여두면 언젠가 한 꼭지 글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 그대로 묻히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기록은 기록만으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쉬는 날 오전 시간은 대개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연락해야 할 사람이 여럿 생각나지만 오전만큼은 혼자 외롭고 싶다.

짧은 여행을 자주 가는 이유가 있다. 긴 여행은 특별한 일정을 만들어야 하고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 기다림은 내게 힘든 일이다. 주말에 1박이나 혹은 2박쯤 시간을 내는 일은 굉장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자주 행복해지기 위해, 자주 외로워지기 위해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가볍게 나간다.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들으며 차를 가지고 가야 할지 시외버스를 타야 할지 생각이 바빠진다. 동해선 열차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에 하루 네 번 운행되는 시간표를 저장하고 동대구역에서 강릉까지 17군데의 정차 역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지도를 열어 삼척이나 묵호나 정동진역 주변 골목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아직 여행에 대한 어떠한 결정이나 계획도 없지만 이럴 때는 평상시 행동과 다르게 부지런하고 집요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외롭다.

번화한 도심의 네온사인과 소음에서 혼자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무턱대고 돌아다니고 어는 도시에나 있을법한 모텔을 잡아 하릴없이 채널이나 돌린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고요해지는 경험을 한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쉬는 날 아침 시간은 대개 이런 여행을 하면서 보낸다. 실제로 떠나면 더 좋겠지만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카페가 낯선 여행지가 되고 노트북의 빈 문서가 여행으로 채워지고 추억된다면 얼마든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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