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내가 바뀌기를

by 다섯시의남자

여행을 통해 내가 바뀌기를


새벽 3시가 좀 넘어 잠에서 깼다. 깼다가보다 잠들기를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몇 번인가 휴대폰을 밝혀 시간을 확인했지만 몽롱한 상태에서 뒤척였던 기억보다 시간은 몹시 더디다.

버티다 결국 일어나 앉았다. 밖은 너무 춥다. 영하 17도가 넘었고 체감온도는 더하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를 여행할 때 입었던 두꺼운 파카를 입고서도 해가 지니 오돌오돌 떨림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할 것도 없고 나가기엔 너무 춥고, 불을 끄고 다시 누웠다.


잠들지 못한 새벽에는 허튼 생각이 많다. 나의 청년 시절의 여행이 끝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젊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받는다. 체력 문제인지 외로움을 즐길 자신이 점점 줄어든다. 이런 식의 여행을 나는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와서 보니 태백산 눈 축제가 한창이다. 여름에 묵었던 숙소는 만실이다. 몇 군데를 물어 겨우 숙소를 구했다. 맨 위층에 어중간한 공간이 남아 작은방을 넣은 게 하나 남았다며 싸게 주었다. 방이 작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동남아를 여행 중이었다면 여행자 거리의 시끄러운 숙소에 비해 이 정도면 사치다.


태백은 긴 시간 만나기를 갈망했던 도시다. 지난여름은 답사처럼 왔던 것이었다. 눈에 쌓인 골목들을 돌며 그토록 설레던 골목을 만났는데, 아직 어색하다. 기어코 첫사랑의 그녀를 만나고야 마는 어리석은 중년이 되어버린 것 같은 허무가 밀려온다. 아직은 짧은 시간 탓일 것이다. 익숙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겠지. 왠지 가수 <태진아>씨의 ‘옥경이’ 노래 가사가 딱 생각난다.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 서너 군데 중에 안 가본 곳에 가서 정식을 먹었다. 혼자 왔으니 다른 건 시킬 수가 없다. 아침을 먹고 어제저녁에 봐 두었던 ‘황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역사가 75년이 넘는다.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 산뜻하지만 웅장한 외관의 모습은 그 시절 그대로인 것 같다.


오늘도 오늘의 여행을 할 것이다. 대단한 걸 보지 않아도 좋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여행 중임을 잊지 않는 것.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여행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고 내가 여행 중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통해 내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다.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우리가_중년을_오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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