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한인교회 로비에서
예배를 마치고 본당을 나와 몇 개의 계단을 내려오니 로비가 있다. 얼추 50평 정도 되는 제법 넓은 공간이다. 우측에는 새 가족을 환영한다고 쓰인 테이블이 두 개가 있고 세 분의 봉사자가 고운 미소를 머금고 서 있다.
맞은편 장의자에는 목을 쭉 빼고 핸드폰에 빠져 있는 학생들이 여럿 앉아 있다. 부모님 따라 일찍 와서 학생회 예배시간을 기다리는 중인 듯하다. 꽤나 따분한 장면이다.
로비 공간의 절반 정도는 카페와 테이블이 자리 잡았다. 커피나 아이스티 코코아 등을 80-100페소에 팔고 있고 반가운 믹스커피도 있다(30페소) 간단한 간식과 빵도 놓여 있다. 여 전도회 회원인 듯한 분들이 안쪽 좁은 공간에 6명이나 들어가 분주하다. 일은 한두 명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고객들과(교인들) 얘기 나누느라 바쁘다.
로비 중간에 양쪽으로 난 통로를 따라 주방이며 화장실, 그리고 주일학교 부서가 방방이 자리 잡고 있다.
2부 예배를 마치면 이곳 로비가 가장 활기찬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새소리 같은 여학생들의 지저귐과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는 바쁜 걸음과 두리번거리는 눈빛이 공간을 풍성하게 채운다.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일지 모른다.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환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 눈에는 이방인의 표정이, 노곤함이 슬쩍 엿보인다.
여기 있는 분들은 대부분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 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떠나왔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을 꺾었던 사람들. 이곳에서 이들은 떠나온 곳이 향기를 느끼고 언젠가 돌아갈 곳을 추억하며 잠시나마 쉼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단지 여행자의 시선에 허튼 상상을 더해 스스로 애잔한 감성에 빠져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떠나야 하고 또 누군가는 새로 온다는 것을 생각하자면 어쩌면 배낭여행객들의 도미토리 숙소와 닮았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길게나 혹은 짧게나 우리는 모두 여행 중이고 돌아가야 할 본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에서 로비가 차지하는 공간은 예배실 못지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이 이들에게나 나에게나 여행 중에 만나는 작은 위로와 안식의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로비 중간 기둥 앞에서 계란을 파는 걸 본 것 같은데 순식간에 다 팔렸는지 안 보인다. 아마도 유정란이 아닐까 싶다. 오늘 점심으로 나온 시래기 국밥이 너무 맛있어서 두 그릇을 먹었다.
#여행인_듯_일상인_듯
#그렇게_여행은_일상이_되었다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