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가의 명함

by 다섯시의남자

여행 작가의 명함



지금껏 다양한 명함을 가졌지만 단 하나 간직하고 싶은 명함은 따로 있다. 여러 번 만들려고 했지만 매번 자기검열만 하다 결국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여러 작가들의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글을 읽다 보면 밋밋하게만 느껴지는 내 글에 대한 끝도 없는 초라함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참으로 못난 글쟁이가 아닐 수 없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항간에 책 세 권을 내야지만 작가로 인정해 준다는 소문이 있다.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주장에 편승해 기웃거리거나 전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거를 유추해 보면 일부 그럴듯한 면도 있다.


먼저는 책을 세권 정도 쓰게 되면 다음 책이 나오든 안 나오든 평생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그 정도 세월 동안 글을 썼다면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된 거고 그러면 어쨌거나 계속 쓰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세 권 정도 쓰게 되면 자신만의 문체가 생겼다고 본다는 얘기다.

다양한 목적으로 책 한 권 내는 것이 꿈인 사람이 많고 또한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현실에서 첫 번째 책은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은 처음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한 권을 더 보태다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자신만의 문체가 생길 터이다.(책 발간과 상관없이 이미 자신만의 문체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건 글을 얼마나 잘 쓰느냐 책이 얼마나 팔렸느냐 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다.


나는 여행 작가가 꿈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여행 산문집을 출간하게 되었으니 꿈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책 판매는 자신할 수 없지만 누가 봐도 내가 쓴 글임이 드러나는 문장을 볼 때마다 얼마나 감격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 ‘굳이 밝히자면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담다 출판사)이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사 보시길 권한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당연히 책을 내는 것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작가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떠나 ‘쓰는 사람’이고 그걸 근거로 작가라 스스로 인정한다. 앞으로도 여행은 계속될 것이고 기록은 이어질 것이니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래서 <여행 작가 박성주>라는 명함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50년은 사용할 명함이니 신중하게 잘 만들고 싶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딸에게 부탁했더니 선금을 먼저 보내라고 한다.)

여러분도 꿈꾸던 명함을 만들어 보기를,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해 보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평가는 다음 문제다. 내 인생에 대한, 내 명함에 대한 나의 평가에 솔직해지면 될 일이다.




#여행인_듯_일상인_듯

#그렇게_여행은_일상이_되었다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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